서울에서 체벌하던 고교교사가 오히려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사태가 발생, 교권이 심히 손상된 가운데 지역에서도 무단 결석, 교내.외 폭력 등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잇따르고 있으나 학생 체벌에 대한 부담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이 문제학생 지도에 손을 놓고 있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요즘 대구지역 상당수 중.고교에는 무단 결석하는 학생이 학급마다 2~3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컴퓨터 게임방, 비디오방, 만화방이나 사우나 등지에서 밤을 새고 등교한다는 것.
대구 모 실업계고 김모(45)교사는 "외박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지만 과거처럼 매로 다스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 학생지도는 사실상 포기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 오후 대구의 모 중학교 2학년 교실. 학생들의 잡담이 계속되자 20대 후반의 여교사가 몇 번이나 "조용해라" "수업 좀 하자"고 말했으나 학생들은 좀체 말을 듣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이 교사는 "떠들지 말라고 시간 내내 고함지르다 수업이 끝날 정도"라며 "비행에 대해 꾸짖어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학생은 드물다"고 털어놨다.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은 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교실 3~4군데서 이른바 '판치기(동전의 앞뒷면을 맞추는 도박)'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대구 모 중학교 3학년생 3명은 1학년때부터 학교 안팎에서 5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뺏거나 폭행해 왔는데 학교측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학교 교감은 "교내에서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며 "피해 학생들이 문제 학생을 겁내 피해 사실을 숨겨온 것 같다"며 학생 생활지도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임전수(39.대구능인중)교사는 "한국의 교육은 19세기 교사들이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꼴"이라며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하루가 달리 변하는 학생들을 이해해야 하고 열악한 교육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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