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코소보 사태와 관련, 유고연방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것은 '세계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평화정착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점을 반증해주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세르비아의 탄압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이번 공습을 주도, 무력응징에 들어갔지만 과연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유고연방이 이번 공습에 강력히 반발할 경우 가까스로 평화가 정착돼가고 있는 보스니아를 비롯, 발칸반도 전지역으로 분쟁이 확산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4일 나토의 공습개시를 발표하면서 "코소보 위기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아 만약 우리가 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면서 군사력 사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이번 공습의 3대 목표로 △발칸반도의 평화구축 결의를 보여주고 △알바니아계 주민들에게 자행돼온 폭력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며 △세르비아의 전쟁수행 능력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코소보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인종적 증오와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발칸지역의 배경에 비추어 유고연방이 공습에 굴복, 코소보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응하기 보다는 군사공격에 반발함으로써 문제가 더욱 어렵게 꼬일 공산이 크다는 것.
그동안 세르비아에 대해 "평화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해온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이같은 부담을 뻔히 알고서도 공습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군사행동을 주저할 경우 인도주의를 앞세운 미국과 나토의 공습위협에도 불구, 코소보 평화안에 완강히 저항해온 유고연방의 페이스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들이다.
특히 미 의회도 그동안 "공습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발칸반도 평화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면서 군사행동에 반대해 오다가 클린턴 대통령의 간곡한 설득으로 결국 지지로 돌아서긴 했으나 '발칸반도 개입확대'에 따른 미국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도 이같은 군사행동에 극력 반대하고 있어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번 공습은 나토가 창설 50년만에 처음으로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냉전시대 종식 이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이 전세계 평화유지의 책임을 혼자서 떠맡기는 어렵다고 보고 나토의 기능개편을 추진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내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창설 5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에서 나토를 향후 전세계 평화유지를 위한 경찰력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이렇게 볼때 이번 공습은 21세기 진입을 앞두고 미국과 나토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이나 지상군의 투입없이 전폭기와 미사일 공격만으로는 코소보 평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은 발칸반도의 늪에 더욱 깊이빠져드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들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