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9개 행성 가운데 지구를 제외하고 인류가 가장 많은 호기심을 보인 행성을 꼽으라면 단연 화성일 것이다.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을 붙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붉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태양계 4번째 행성인 화성은 자못 호전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나 지구와 가장 닮았다는 이유로 언제부터인가 화성은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했고 공상과학소설, SF영화속의 빼놓을 수 없는 주무대가 됐다.
화성에 대한 오해(?)의 시작은 지난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지오바니 샤파렐리가 화성 표면에서 발견한 여러 갈래의 선들을 '물길(channels)'이라 부른데서 비롯됐다.
샤파렐리의 발견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물길'은 '운하(canals)'로 바뀌었고, 외계 생명체에 푹 빠져있던 과학자들은 이것을 지능이 있는 생명체의 존재 증거로 해석했다.
특히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의 가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화성인들이 극지방의 얼음을 녹여 농업용수와 도시지역 상수원으로 쓰기 위해 '운하'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
1909년 천문학자들이 '물길'조차도 화성에는 없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화성인에 대한 믿음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1938년 미국에서 H.G.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을 라디오극으로 방송했을 때 시민들은 실제 상황으로 착각, 대피하는 소동까지 빚을 정도였다.
UFO(미확인비행물체)를 타고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소식에 놀라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현대 과학자들은 화성인의 까마득한 조상일지도 모를 원시 생명체를 찾아내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6년 과학자들은 남극에서 발견된 운석이 화성에서 날아왔으며 생명체의 흔적을 담고 있다고 밝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새로운 논쟁이 불붙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내 한 연구팀이 화성 운석에서 지구의 박테리아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생물체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연구대상은 지난 1911년 이집트에 떨어진 1천300만년전 운석과 지난 1865년 인도에 떨어진 1억6천500만년전 운석 표본.
지구의 박테리아 화석과 놀랄만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제 생명체의 흔적인지는 불분명한 상태이다. 단순히 암석 조직의 일부일 수도 있는데다 운석이 과연 실제로 화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만에 하나 운석 속의 생명체 흔적이 사실이라면 지금도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관측된 바로는 화성의 생물체를 몰살할 만한 급격한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는 2014년 인류는 직접 화성 표면을 거닐게 된다. 지난 71년 마리너 9호가 화성 주위를 돌며 멀리서 안타까운 짝사랑을 보낸 지 33년만에 인류는 비로소 지구가 아닌 타행성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화성탐사계획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생명체 확인이다. 미뤄 짐작컨대 화성에서 발견될 생명체는 동심의 세계에 남아있던 푸른 빛의 외계인은 아닐 것임이 틀림없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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