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윌리엄 데일리 미국상무장관의 한·미간 통상현안에 대한 발언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본격화하고 있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우리의 외환위기 와중에서도 한·미간 무역전쟁을 예고한 바 있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위한 슈퍼 301조를 부활시키는 한편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에 대한 23개 분야의 강도 높은 시장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이제 데일리 장관이 직접 한국을 찾아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들은 물론 공기업까지 방문해 미국기업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무역전쟁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같은 통상압력은 미국내 경기가 9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는 하나 무역적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있는 현실에서 불가피하게 취해지는 조치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는 어디까지나 자유무역주의와 호혜주의원칙·국제적 관행 등에 입각해야하며 자국의 국익만 생각하는 일방적 요구는 종국적으로 세계경제 전체에 손실을 입히는 옳지 못한 처사인 것이다.
슈퍼 301조의 부활이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대한(對韓)연례보고서의 일부내용 등에서 그같은 미국의 이기적 행태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번에 데일리 장관이 방한중 제기한 통상현안 가운데서도 우리 정부가 경청하고 수용해야할 것도 있겠지만 무리한 내용도 숱하다.
한국산 철강제의 대미(對美)수출자제, 철강 자동차 반도체등 업종들에 대한 보조금지원 중단, 스크린쿼터 철폐, 미국기업의 영종도 국제공항 건설 참여 허용, 쇠고기수입확대, 지적 재산권보호, 한·미투자협정체결촉구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들 요구중 스크린 쿼터만해도 미국측은 이 제도를 폐지하면 한국의 영화산업이 발전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다른나라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한국영화산업이 몰락할 것은 뻔한 일이다.
철강규제도 한국제품의 수출이 늘어나자 고의적으로 덤핑혐의를 씌우는 인상이 짙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고하나 이는 전후를 객관적으로 따져보지 않은 처사이며 더욱이 철강 수입 쿼터제를 적용하려는 것은 세계무역기구 체제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우리의 경제사정이 악화된 현실을 도외시한 요구인 것이다.
우리도 미국의 정당한 요구는 들어주어야겠지만 미국도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는 철회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미국의 이같은 압력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한편 미국의 부당한 무역장벽에 대해서도 철폐를 강력히 요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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