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굶식과 금식

'굶식'이라는 말은 한글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굳이 풀어서 말하자면 굶기를 밥먹듯이 한다는 뜻이다. 민망하게도 지금은 몸무게가 75㎏에 이르지만, 어린 시절 굶식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그런지 먹을 것이 생기면 도저히 참지를 못했고 이 시간이 지나면 또 굶식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음식을 뱃속에 비축하여 놓으려고 애를 썼다.

작년 어느날, 몸에 이상이 찾아 왔다.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몇군데 병원을 찾아 갔지만 별 효과가 없어서 그동안 벼르던 금식과 소식에 들어갔다. 약 2개월에 걸친 사투(?)끝에 10kg이상을 감량, 건강을 회복했다. 그 후 계속적인 절식생활을 유지하면서 많은 회개를 했다. 어린 시절 그 굶식의 기억이 생생하고 아직도 우리 주위엔 여전히 굶식에 허덕이는 많은 사람이 있건만 그동안 어찌하여 나 자신의 배만을 위해서 살아왔던가 하는 회개였다.

우리 생활사에 빈자공덕(貧者功德)이라는 것이 전해져 온다. 나라에 흉년이 들면 굶식 백성들이 먹을 것을 찾아서 도성으로 몰려들었다. 이때 양반들이 순번을 짜서 빈대떡으로 굶식 백성을 도왔다는 이야기이다. 무료급식소의 원형이라고 하겠다. 세월이 많이도 지났건만 굶주리는 사람들이 북한동포를 포함, 아직도 너무나 많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주1, 2회정도 금식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기독교에선 이번 주간이 고난주간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시기에 금식을 제일 많이 한다. 그 금식이 굶주리는 형제들을 위해서 쓰인다면 행함이 있는 믿음이 될 것이다.

대단한 결단과 희생으로서가 아니라 단 몇끼의 금식으로 굶주리는 이웃과 형제가 될 수 있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싶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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