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한 키치(저급)문화의 선구자인가, SF스릴러의 귀재인가.
폴 버호벤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97년)는 어걱어걱 씹히는 미국 생감자맛이다.
소리는 아싹아싹한 것이 맛깔스러운데 뒷맛은 차라리 뱉어버리고 싶은 그런 영화'로보캅''토탈 리콜'의 화려한 테크놀로지도, '원초적 본능'의 꽉 짜여진 스릴도 실종돼 버린, 처참한 살륙만 담은 할리우드 원산지의 '홀로코스트'(대학살)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과학소설 '우주의 전사'를 각색한 이 영화는 지구의 젊은 전사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 곤충괴물과 벌이는 목숨건 전쟁을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다. 7년간의 기획끝에 1억5천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
섹스와 폭력묘사에 거리낌 없는 버호벤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처참한 전투신을 통해 폭력을 질릴 만큼 실컷 구경하게 해준다. 그래서 국내 등급도 18세미만 불가로 받았다.
'성인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에선 5분정도 삭제됐다. 사마귀를 닮은 곤충괴물이 인간을 난도질 하는 신이다. 정원나무를 손질하는 영화 '가위손'의 한장면 처럼 인간은 사이드(큰 외국 낫)같이 생긴 곤충괴물의 앞발에 사지가 잘리고, 찔려 산산조각난다.
당초 영화매니아들 사이에선 '스타쉽 트루퍼스'의 원판이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 잘린 학살장면에 군국주의를 조롱하는 버호벤의 비판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잔인', 이 두 글자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버호벤은 히틀러 나치즘의 망령이 춤추는 자극적인 영화를 또 한편 내놓았을 뿐이다.
그는 흡사 '토이 스토리'에서 인형을 해부하는 뻐드렁니 악동처럼 정나미가 떨어지는 짓을 '쇼걸' 이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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