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99년 기대만큼 불안증폭

새 천년을 앞두고 지구 종말론을 부르짖는 유사종교가 득세하는가 하면 인류 멸망의 위기와 Y2K로 인한 대혼란을 예고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세기말적 현상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 지구촌 일부 지역에서는 Y2K에 따른 컴퓨터망 마비로 인한 교통망과 유통체계 붕괴와 도심폭동을 우려, 지하 또는 외곽지로 대피할 준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점술가를 찾는 시민들도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특정인이 '메시아' 또는 '엘리아'로 자칭하며 종말을 앞두고 자신을 신봉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하는 형태의 종말론적 유사종교가 30여개나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종교학자들은 분석했다.

종교학자들에 따르면 최근 젊은 여성들을 거리로 몰아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돈을 모금하거나 교주에게 몸을 바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종말론을 근거로 재앙을 막으려면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세를 확장하는 유사종교가 득세하고 있다는 것.

최태영 영남신학대 교수는 "종말론적 유사종교의 공통된 특징은 교주를 구원자로 내세워 지구종말의 때가 왔다며 현실 삶을 부정하고 오직 교주에게 몸과 재산을 바칠 것을 강요한다"며 "종말론의 신봉은 결국 자신은 물론 가정 파탄까지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세기말적 현상을 다룬 서적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원한을 품은 한 혼령이 자신이 제작한 비디오를 바이러스와 함께 세상에 퍼뜨려 인류 멸망의 위기를 부른다는 내용의 일본 소설 '링'은 지난해 선풍을 일으켜 일본에서 영화화 됐고, 국내에도 청소년 중심으로 번역판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인류문명은 과거 자연 재해로 한차례 멸망했고, 현대문명도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는 멸망의 시기에 도달했다는 내용의 미국 서적 '신의 지문'도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또 Y2K로 인한 세계적 대재앙을 다룬 책과 핵위기를 전제로 한 가상 전쟁소설 등이 세기말 현상에 편승,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지구 종말론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인간 심리를 이용한 것일 뿐"이라며 "성경에도 종말의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고 종말론을 부인했다. 또 Y2K와 관련, "국제사회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대혼란은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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