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회사 마케팅부장인 박성실씨는 티베트에 출장갔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평소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가족들과 교회를 찾는다.
그러나 티베트에서 맞은 일요일 아침, 찾아갈 교회가 없다는 것을 안 박씨는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자신이 다니던 교회 홈페이지를 찾아간 뒤 '금주의 예배'를 클릭한다.
이윽고 낯익은 목사님이 화면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정해진 순서대로 예배를 진행한다.
성경을 읽고 찬송과 기도를 하며 예배를 마친 그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일정액의 헌금을 전자결재한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어느덧 종교를 믿는 방법까지 바꿔놓고 있다. 앞선 가상의 스토리는 결코 허구만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종교관련 홈페이지들은 최첨단 동영상 기법을 동원해 실시간으로 종교집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교회나 성당, 사원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일들, 예를 들어 성경토론에 참석하거나 성가대와 함께 찬송 부르고 신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등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가능하게 됐다. 원하면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볼 수도 있다.
현재 인터넷상의 종교관련 사이트는 음란사이트에 버금갈 정도로 많다. 넷스케이프의 검색엔진은 60만개의 종교관련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 음란사이트는 이보다 조금 많은 77만5천개 정도. 국내 인터넷 종교관련 사이트도 1천200여개를 웃돈다.
그러나 가상공간상의 종교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공간에서 실제 사람들이 모여 종교집회를 갖지 않아도 진정한 신앙심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가상공간의 종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화면상의 피자를 클릭하는 것이 피자를 먹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집회를 갖고 찬송하며 토론하는 가운데 신앙심이 싹튼다는 것.
반면 가상공간의 종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종교단체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내에서 종교관련 인터넷 서비스는 다양성의 극치를 이룬다.
일부 종교사이트는 수도승들이 찬송하는 것을 직접 들을 수 있게 하거나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제공한다. 아울러 수도원 뒤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모습을 생동감있게 재현함으로써 사이트를 찾은 방문객들은 수도원을 방문한 듯한 가상체험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종교음악과 사진, 그림 등을 제공하고 재전송을 누를 때마다 배경화면이 바뀌기도 한다. 특정시간대를 정해 가입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한 이슬람교 사이트는 하루 5차례씩 메카로부터 기도하는 장면을 중계한다. 홈페이지에 마련된 공동묘지에 고인이 된 가족의 사진을 보내고 생각날 때마다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직접 묘지에 가지 않고 고인을 위해 기도할 수도 있다. 힌두교 사이트는 명절 달력과 전세계 힌두교 사원, 다양한 종교관습 등을 소개한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가상 종교집회에 참석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 집회에 참여한 듯한 만족감을 얻는다고 한다. 부모의 관심을 바라는 어린이부터 병석에 누은 아내를 떠날 수 없어 인터넷 종교집회에 참석한 중년의 남성까지 이용자는 다양하다.
이들은 대화방을 통해 두터운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서로 어떤 삶을 사는지 대화를 통해 알게 되고 생일이나 기념일에 꽃이나 카드를 보내며 환자에게는 빠른 쾌유를 빌어주기도 한다.
일부 종교 사이트는 가입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규칙적인 종교생활을 유도하기도 한다. 경전에서 채록한 좋은 문구들을 일일명상시간을 정해 보내주는가 하면 전자우편을 통해 개개인의 종교적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1년에 7달러정도를 내면 매일 새로운 문구를 보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러나 성(性)을 상품화하기도 하는 인터넷이 과연 종교 매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특히 상업주의로 무장한 단체들이 종교 사이트를 찾는 이들을 상품 판매의 손쉬운 대상으로 이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종교 사이트를 찾는 이들이 심적으로 외롭고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우려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공간에서 절대자를 찾기 위한 발길은 계속되고 있다. '신(神)은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미래의 후손들은 사이버 공간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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