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함대 지중해 배치결정…발칸 긴장고조

코소보 사태 중재에 실패한 러시아가 31일 서방을 압박하기 위한 초강경수를 꺼내 보였다. 코소보 사태를 감시하기 위해 무력시위용 함대를 파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북해함대 소속 함정 중 1척이 코소보 사태를 감시하기 위해 2일 지중해로 출발하며 곧 6척을 추가 파견할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코소보 중재노력에 서방측이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이번에는 아예 군함을 파견해 무력시위를 벌이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지도부는 그간 나토의 유고 공습에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군사 개입 가능성은 거듭 배제해 왔다.

따라서 이번 함정파견은 비록 시위용이기는 하나 일단 칼을 빼들어 서방측에 최대한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미국이 러시아측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러시아가 의도했던 파급효과의 위력이 벌써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강경입장으로 치닫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민족(세르비아)과 종교(동방정교)가 같은 유고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

그보다는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국제문제를 좌지우지했던 자존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설명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등 서방측은 걸프전 이래 주요 사안 결정때 러시아를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토의 유고공습을 결정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는 끝까지 공습에 반대했으나 결국 서방의 의사결정에 아무 변수도 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이처럼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은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괴로움이다.

국제무대에서의 따돌림은 러시아군의 전력 강화를 외치는 국내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공산당이 이끄는 두마(하원)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게 전투력 강화와 군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 결의안은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옐친 대통령 등 러시아 지도부에 코소보 사태와 관련해 강경정책을 구사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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