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산야에 가득하다. 식목일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근의 나지막한 산야를 오르다 보면 곳곳에 간벌(間伐)한 흔적이 흉하게 방치돼 있다.
아마도 구청에서 벌이는 공공취로사업의 전시행정적 실적(?)인듯 하고, 비록 재목으로 쓸 수는 없을 망정 땔감으로 안성맞춤인 통나무 무더기가 아깝다는 생각때문에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곧장 상념은 여러 갈래로 뻗어간다. 예컨대 이런 상념들이다. 간벌의 기본적인 수칙은 제대로 지키고 있나? 통나무 무더기를 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어떤 식으로든 그 용도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거름 무더기처럼 여기저기다 널브러 놓은 저 통나무들이 썩어감으로써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빌미를 앞세워 공공취로사업비를 이처럼 비효율적으로 남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자연보호 및 환경보호의 골격도 결국은 청산(靑山)만들기와 청산기리기일 수밖에 없겠는데, 우리의 식목 및 육림정책은 겉돌고 있다기보다도 아예 없는 것이지나 않나?
지금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고, 나아가서 강조해야할 대목은 간벌이나 그것의 적절성 여부가 아니다. 우리의 산야는 아직도 짙은 숲을 거느린 청산이라기에는 미흡할 뿐더러 공공취로사업비를 수종(樹種)바꾸기운동에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독일의 가문비나무, 일본의 삼목(杉木), 미국의 세쿼이아 같은 속성수이자 보기도 좋은 교목(喬木)들을 많이 심는 산림녹화운동이야말로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산과 나무야말로 그 나라의 얼굴이다.
〈소설가·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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