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루 코스로 가볼만한 곳

남도로 기차 여행을 떠나자. 남도는 지금 더 이상 봄이 아닐 정도이다.들녘을 따라 웃자란 푸른 보리와 마늘 은 봄바람을 타고 일렁이며 벌써 어른 무릎 만큼이나 커버렸다.

뜨거운 여심같은 붉은 동백꽃도 마지막정열을 내뿜고 있다. 서럽게 져버린 동백꽃 무리들의 뒹구 는 모습도농염하기 그지없다. 지리산 자락에서는 아직 활짝 핀 벚꽃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여수에 가면 특유의 남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항구도시라 하기에는 너무 깨끗하고 깔끔하다. 차라리 잘 손질된 호반 같다.

오동도에는새로운 볼거리도 생겼다. 이순신장군의 '若無湖南是無國家' 란 어록을 새긴11m높이의 화강암 돌비석이 그 것으로, 지난해 4월에 세워졌다.

원래는임진왜란때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는 것과 같다'는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었지만 정권교체이후 세워진 탓인지 색다른 느낌을 풍기며 관광객의 기념사진 촬영장소가 되고 있 다. 여수시청에서는외지 관광객을 위해 순천역에서 시청직원을 대기시켜 편의를 제공한다.

대구역과 동대구역이 4월들어 문화답사를 겸한 남도행 관광열차상품을 선보이고 있어 차창 밖으로봄길을 안내하는 열차를 타고 한번 훌쩍 떠나 볼 만하다.

◇쌍계사·화엄사=화개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화개천을 따라 펼쳐지는 4㎞ 10리길 의 벚꽃터널은장관이다.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남쪽기슭에 자리한 화엄사 역시 지리산인근의 사찰중 첫 손꼽히는거찰. 천연기념물인 지장암 옆의 울벚나무는 30 0년 수령을 자랑. 영호남(쌍계사는 경남 하동군화개면 운수리, 화엄사는 전남 구 례군 마산면 황전리)을 오가는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선암사·낙안읍성 민속마을=TV드라마 '용의 눈물'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 선 암사는 송광사와쌍벽을 이루는 고찰.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 는 듯한 아치형의 승선교는세속번뇌를 씻어준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조계산 등산로와 수정같은 계곡수는 나그네 발길을묶어놓는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조 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을 준다. 지금도 성안에는100여가구가 옛 그대로 숨쉬고 있다. 역사의 산교육장인 셈.

◇선운사·변산반도=핏빛보다 더 붉다는 선운사 동백. 전북 고창군도솔산(일명 선 운산) 북쪽 기슭에자리한 선운사 입구에 들어서면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 꽃을…'로 시작하는 이곳 출신서정주시인의 '선운사 동구'비가 반갑게 맞이한다. 남녘에서 달려온 봄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으로알려져 있다.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 서쪽 멀리 떨어진 국내 8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변산반도. 이반도의 채 석강(採石江)은 강이 아니다. 바닷가 절벽 생김새가 마치 수천 권의 책을 포개 놓 은 듯한모양 때문에 붙여졌다.

◇오동도·향일암=오동나무 잎을 닮은 오동도에 동백꽃은 지고 없다. 그러나 800 미터에 이르는방파제를 건너면 100년된 4천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늘어선 산책길 과 청정해안의 상큼한 바닷바람이사색에 잠기게 한다.

특히 돌산대교를 건너 30 여분을 달리면 거북등 같은 바위와 동백나무로둘러싸인 향일암을 만날 수 있다. 원효대사 체취가 물씬 배인 곳이다. 400미터 가파른 산길을오르노라 숨이 가빠진 숨을 감로수 한잔으로 기분좋게 돌릴 수 있다.

향일암에서 내려다보는 탁트인남 해정경과 점점이 떠있는 섬들과 일출은 그만이다. 내려오는 길에 갓김치와 각종 해산물을 파는노점들은 작은 시골장처럼 왁자지껄하다. 현재 일주문 건립 및 1천 80계 단조성공사가 한창진행중이어서 다소 어수선하기도 하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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