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선종과 선객

숲을 이루는 나무를 낱낱이 숲이라 부르지 않고 그 낱낱의 나무없이 또한 숲은 이루어 지지 않는 이치를 불가(佛家)에서는 오래전부터 귀히 여기고 있다.

그래서 스님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산문(山門)이 이뤄지고 산문의 뜻이 서로 일치하다보니 종단이라는 조직도 만들어 진다.

그렇지만 어느 조직이건 벌어진 틈새가 있기 마련이고 그 틈새에는 온갖 얼룩과 혼탁이 배어 있다. 독버섯 같은 권력 또한 그 속에 숨어 있음은 물론이다.

폭력이 난무했던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지난해 가을 종권분규는 기억도 하기 싫은 사건이다.

신도들 떨어지는 소리가 낙엽 같았다는 자조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면서 불교정화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재가불자들도 잿밥싸움에 넌더리를 치며 스님들의 파행(破行)을 질타했다. 어제 조계종 새 종정에 혜암스님이 추대됐다.

종단이 어려울 때 마다 어른 역할을 해왔던 스님이 조계종단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가 된 것이다.

그동안 분규로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 세우고 종단의 패거리 파당의식을 불식시킴은 물론 수행가풍을 어떻게 진작시킬수 있을까등 종정에 거는 기대가 결코 만만한 일들만이 아니다.

세속이 돈과 명예에 울고 웃는다면, 출세간도 결국 도(道) 놀음이라고 설파한 마조도일의 세상사와 도의 불이(不二)에서 한국불교의 끈질긴 논쟁 가운데 하나인 이판사판의 해결 기미가 있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것은 천태종이 수나라 양제의 비호를 받았고 법상종이 당나라 고종, 화엄종이 측천무후의 귀의를 받았으나 우리나라 선종은 이와같은 비호를 거의 받지 못한 사실을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

조계종은 선종이고 신임 혜암종정 또한 누구나 알고있는 선객(禪客)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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