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서울 전시회때 한 소녀가 방명록에 적었던 '벅차오르는 마음에서'란 말 한마디는 40년 넘는 세월동안 그림을 그리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림은 80이 넘은 요즘도 어렵습니다. 내 평생 그림을 포기하려고 물감을 쓰레기통에 쓸어넣었던 일도 서너번이나 있었습니다"
1일 원로 서양화가 정점식씨의 전시회와 함께 '작가와의 만남'이 마련된 대백프라자갤러리. 우리나라 추상미술을 이끈 원로화가의 작가론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 기울이고 있는 관람객 250여명의 얼굴에는 엄숙함마저 감돌았다.
관객층도 광범위했다. 작가·화랑 대표 등 미술계 관계자부터 중년의 미술애호가, 미대생, 수업을 방금 마치고 돌아온 중고생들까지. 150여명쯤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갤러리측은 추가로 의자를 끌어오느라 진땀을 흘렸고 일부 관객은 바닥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감각적 추상에 치우쳤던 나의 미술지식에 선생님의 정신적 추상론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대구예술대 4학년 이주영군의 말처럼 예술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철학을 피력한 정씨의 작가론은 단순한 미술강의를 예상했던 이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예술은 어떤 목적을 향해 나가면서 가지게 되는 여러 가지 경험이며 인간존재의 분석입니다. 때문에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가임과 동시에 사회학자, 철학자, 심리학자이며 사상가입니다"
행사후 관람객들은 작가의 자부심과 40여년 작품생활을 꿰뚫었던 철학을 마음 한구석에 담고 집으로 향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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