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꽃꽂이 예술가 허옥정씨 '자운장학회'설립

"18년간의 꽃꽂이 정성이 모여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 얼마나 기쁜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적극 후원해 준 가족들이 고맙습니다"

지난달 18일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회갑기념 꽃꽂이전에서 '자운 장학회' 설립을 선언한 꽃꽂이 예술가 자운(慈雲) 허옥정(61·여)씨. 장학기금 1억원은 12년간의 교직생활을 떠나 지난 81년 꽃꽂이 강사를 시작한 이후 수강료를 푼푼이 모아 마련한 것.

"첫 꽃꽂이 강의를 하던 날 중1학년 아들로부터 하나는 아버지로부터 탄 생활비 지갑으로 쓰시고 또 하나는 어머니가 번 돈을 모아 가장 보람있게 활용하세요란 말과 함께 2개의 지갑을 선물받았습니다. 이것이 장학기금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죠"

당시 월 3천원의 수강료가 현재 3만5천원이 될 때까지 18년간 한푼 두푼 쌓여가는 동안 누구도 허씨의 '비밀주머니'를 눈치채지 못했다. 따라서 회갑기념 꽃꽂이전에 앞서 남편 김병권(65·전 수성구청장)씨에게 '장학회 설립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생각하시더니 곧 대견하고 장하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셈이죠"

아들 태완(36·의사) 종우(33·미국거주·컴퓨터공학박사) 관우(32·대구은행 근무)씨 모두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나타냈고 큰며느리 이은희(31·약사)씨는 "어머니가 설립하신 장학재단을 대를 이어 발전시키겠다"며 허씨의 용기를 북돋워줬다.허씨 가족은 또 장학회 발족식을 겸한 회갑기념 꽃꽂이전에 이색적인 기획안을 내놨다. 화환과 축의금을 사절하는 대신 급증하고 있는 결식아동을 도와줄 '쌀'을 받기로 한 것. 250여명의 방문객들이 내놓은 '쌀' 정성은 5가마나 됐고 각각 동일초교와 동로초교에 2가마 및 3가마씩 보내졌다.

한편 현미성금으로 모인 100만1천500원은 지역의 위기가정과 실직가정을 돕도록 매일신문사 '기쁜날 이웃사랑'에 맡겨졌다.

"꽃꽂이를 통해 너무나 좋은 분들을 사귀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꽃꽂이로 얻어진 수익은 앞으로도 계속 사회에 환원시키도록 하겠습니다"자운 허옥정씨는 봄처녀 같은 수줍은 웃음으로 장래 계획을 밝혔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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