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흘러온 낙동강이 금호강과 만나는 곳, 다사면 강정에서부터 문산리를 거쳐 하빈면 봉산리에 이르는 낙동강 북안에는 선조들의 자취가 접재해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 수창군조에 소개된 대구지역 네 개 현(縣)중 '다사지현'의 옛터인데, 고분군과 산성 등 많은 유적이 남아있어 빼어난 경관과 함께 교육과 휴식의 장소로 가꾸는데 최적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구시에서는 유적을 없애고 정수장을 건설했고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 한다.
삼국시대 취락지가 있었을 법한 매곡동 '말실들'에는 유적의 유무조차 확인하지 않은채 매곡정수장을 만들었다. 강정유원지 서북쪽 죽곡리 고분군은 절반이 죽곡정수장 부지에 들어갔는데 고분 1기만 발굴하고 밀어버렸다.
발굴된 고분은 도굴분이었지만 청동합 등 1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되었고, 산성 관련 유구 등 중요한 자료가 많이 검출되었다. 양식있는 조사기관이나 당국이 개입, 정밀 조사케 했더라면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분포범위나 규모로 보아 다사에서 가장 큰 문산리 고분군에는 직경이 20m나 되는 대형분을 비롯, 수십기의 고분이 관찰된다. 봉분이 남아있는 것은 무덤이 땅위에 설치된 앞트기식 돌방으로 보이는데, 땅속에 돌방이나 돌덧널을 설치한 것들은 1천500여년이 지나면서 깎여나가 흔적만 남아있다.
1천기 이상이 밀집되어 있을 고분군 가까이에는 당시의 집터도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매몰되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고분군의 동·서쪽 현재 논밭 일대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서기' 512년조에는 '대사(帶沙)지역에 성을 쌓고 봉화를 올리는 시설과 식량창고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대사지역으로 추정되는 다사에 남아있는 성으로는 문산리산성과 죽곡리산성이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전초기지 역할을 했을 중요한 유적으로 고구려의 남진이 계속되고, 신라와 가야가 낙동강유역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한 6세기 초에 축조된 것들로 추정된다.
문산리산성은 낙동강이 회류하는 남·서쪽은 가파른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했고, 고분군과 접해있는 동·북쪽을 흙과 돌로 섞어 쌓아 만든 성이다.
비록 도굴꾼에 의해 단면이 드러났지만 할석을 정연하게 8m이상 쌓은 망루와 함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잘 남아있다.
성안에는 돌을 떼어낸 곳, 즉 채석장도 있고, 나무기둥을 박기 위해 돌에 구멍을 뚫은 확돌도 남아있다. 우리나라 산성들은 대부분 후대, 특히 조선시대에 개축되거나 도시의 확장 등으로 원형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잠시 쓰여지고 폐기되어서인지, 개발제한구역내에 있어서인지 보존상태는 놀라울 정도다. 고분군과 연계해 정밀조사하고 정비·복원한다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중요한 유적지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성은 다행히 정수장부지에 빠졌지만 고분군과 추정취락지는 형식적인 발굴만으로 사라지게 될 것 같다. 형식적인 공람절차와 개발업자편에 선 억지 의견만 듣고 추진한 결과다.
늦게야 이 소식을 들은 문화재지키기시민모임에서는 관련학자들과 함께 유적살리기 서명운동을 펼칠 것이라 한다.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고 외치는 당국에서도 문화유산을 찾고 가꾸자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한다.
양도영〈영남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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