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밀라노 프로젝트 주도권 싸움

밀라노 프로젝트와 내년 4월 총선과의 함수관계는?최근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 주도권 다툼을 보면서 떠오르는 화두다.

사실 이 문제는 대구 섬유업계에서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묵은 내용이다.

지난해 이맘때 김대중 대통령의 대구방문을 계기로 시작된 밀라노 프로젝트는 특혜 시비, 섬유단체장 세대교체 파동, 민자투자 부진 등으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채 겨우겨우 추진돼왔다.

사업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사안은 이처럼 말많은 얘기들중 하나.

대구시와 산업자원부간 샅바싸움은 3월초 산자부측이 '시 주도-산자부 조정 감독'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 했는데 31일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산자부 주도'로 급선회, 다시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산자부는 신났는지 국장급을 단장으로 대여섯 명을 대구에 보낸다는 얘기이고, 문희갑 대구시장 외유라는 공백상황에서 급보를 접한 대구시는 과장해석 방어에 급급한 양상이다.

냉정히 말해 밀라노 프로젝트는 아직 미완의 계획이다.

지금은 대구시, 산자부는 물론 업계, 학계까지 모두 열심히 토론하고 세부계획을 조정·확정하는 일이 급하다.

처음부터 어느 일방이 주도권을 쥐고 독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앞으로 정확히 1년 7일후면 16대 총선이 치러진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은 불모지로 여겨져온 이 곳에 활착하는 게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야당소속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넘겨주고 정부여당이 뒷짐질 생각은 없을 것이다.

문시장은 문시장대로 밀라노 프로젝트를 온전히 자기만의 업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밀라노 프로젝트는 정부여당의 치적도, 문시장의 작품도 아니다. 대구·경북 업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섬유업계 전체의 것이다.

'해커가 많으면 컴퓨터가 골로 간다'는 다소 비속하지만 옛 속담을 재미있게 패러디한 10대들의 말이 있다. 주도권 다툼 당사자들은 밀라노 프로젝트의 해커가 아닌 프로그래머로서 역할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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