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눈가림식 재벌구조조정

30대 재벌그룹의 자산총액 가운데 5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말 현재 65.8%로 전년말보다 3.1%포인트가 높아진 것으로 밝혀져 재벌구조조정이 눈가림식이었음을 드러냈다.

부채총액이 지난해말 현재 234조원으로 전년말대비 13조원이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들 재벌들은 경제위기 속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다면서도 실제론 빚을 얻어 몸집을 불린 꼴이다.

뿐만 아니라 30대 기업집단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이 380%로 전년말에 비해 139%포인트나 낮아졌으나 부채총액은 357조원에서 367조원으로 되레 늘어나 부채줄이기도 시늉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눈가림 부채줄이기는 실제 기업의 이익이나 재산처분을 통해 부채를 갚지않고 자산재평가나 유상증자등 자기자본 증가방식으로 부채비율만 편의적으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또 경제력 집중은 대마불사식(大馬不死式) 과잉투자의 악습을 여전히 버리지않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발표에서 재벌들의 구조조정이 이처럼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그동안 재벌구조조정이 부진하다는 것은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 등에서도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이처럼 부채의 증가속에 재벌의 몸집불리기가 계속된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짐으로써 새삼 놀라지않을 수 없다.

특히 5대재벌 가운데 대우가 자산순위 3위에서 2위로 올라선 원인이 부채증가에 의한 것이란 지적과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가 여전히 부채비율에서도 1위란 사실은 재벌구조조정과정에서 이들 기업집단의 역할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사상 미증유의 실업자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있는 경제위기의 핵심원인 제공자의 하나인 재벌이 방만한 경영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 이같은 모습은 국민의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5대재벌은 외환위기이전과 마찮가지로 과잉투자를 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지적은 가끼스로 침체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수렁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아직도 수익률등 통상적 투자결정요인으로 설명되지않는 고위험사업에 과다투자하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 초래의 책임을 통감하지못하고 있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도 무리한 빅딜과 같은 구조조정에만 매달리지말고 재벌의 방만한 경영과 경제력집중 등에 정책의 눈길을 돌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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