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죽은 자의 집

얼마전 모 재벌 부친의 묘가 파헤쳐졌다는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말 인간이 갈 때까지 갔다'며 치를 떨었고 나 역시 같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나의 저 깊고 깊은 곳에는 다른 감정도 있었다. 나도 부모의 묘가 있고 그 묘가 마음의 고향인데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 자신을 정말 묘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금은 인구가 너무 많다. 인구가 많다고 누구를 당장 죽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는 자식을 하나씩만 낳자. 하나씩만 낳아도 한 동안은 인구가 너무 많다. 이 강산을 죽은 자가 아닌 산 자의 공간으로 만들자. 산자가 살기에도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은 너무 비좁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너나 묘 쓰지마라' 혹은 '너의 아버지 묘부터 파내라'는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강산은 살아있는 자의 강산이지 결코 죽은 자의 강산이 아니다.

살아 있는 나는 산에 집을 지을 수가 없는데, 죽은 자가 산에 집을 갖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더구나 살아있는 나는 주택세를 내는데 죽은 자는 주택세도 내지 않는 것은 불공평의 극단이다.

모든 묘, 모든 죽은 자의 집에 대해서 주택세를 물리자. 산 자가 내는 가장 비싼 주택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게 하는 건 어떨까.

이 글은 나의 묘를 만들지 말고, 나의 시신을 의학용으로 기증하도록 한 나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아내와 후손에 부탁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행복하십시오.

〈경북대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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