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인사들의 남녀 관계에는 늘 스캔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파멸을 각오하고 만난 세기의 커플들이 만들어낸 스캔들의 내막은 어떠했을까.
이사도라 덩컨과 젊은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 마릴린 먼로와 작가 아서 밀러, 철학자 니체와 코지마 바그너 부인, 살롱의 여신 스탈 부인과 정치가 콩스탕의 운명적인 관계를 그린 '남과 여-세기를 뒤흔든 지적 스캔들'(한길사 펴냄)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독일 로볼트출판사의 '짝' 시리즈중 일부를 번역한 이 책은 4쌍의 남녀가 벌인 불꽃같은 사랑과 파경을 그린 일종의 평전(評傳).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 지적 편력등 여러 각도에서 비춘 기존 평전과 달리 이 시리즈는 조금 더 사적이고 내밀하다.
남녀관계라는 운명적이고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또 하나의 축으로 애정과 증오, 소유의식과 자의식, 사상적 대립과 사회적·역사적 모순속에서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는 다양한 색채의 운명들을 보여준다.
17세 연하의 청년 시인과 만들어낸 덩컨의 사랑은 불협화음이라는 운명의 합주곡이었다. 이념적 환경과 성격, 취미, 사고방식 등 어느 것 하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 이들의 굴곡많은 삶은 비극의 전조였다.
25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세르게이는 자신의 손목을 베고 피의 유서를 남긴 채 생을 마감한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헤매던 덩컨. 27년 니스에서 빨간색 숄이 스포츠카 부가티 뒷바퀴에 감기는 바람에 목이 부러져 숨을 거두면서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끝이 난다.
섹스와 지성의 만남 뒤에는 어떤 비극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 시대 뭇 남성들의 시선을 어지럽힌 육체파 배우 먼로와 지성 밀러의 관계는 낭만적이라기보다 차라리 욕망과 콤플렉스라는 모순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비극의 산물이다.
매카시선풍이 불던 50년대 미국사회의 모순이 압축돼 반영된 두 남녀의 관계뒤에는 섹스와 지성이라는 두 세계가 얼마나 화합하기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기묘한 관계가 있다. 격동의 프랑스 혁명기때 역사적 궤를 같이하는 두 남녀의 만남. 스웨덴 대사 스탈의 부인인 제르멘 네케르와 정치이론가 뱅자맹 콩스탕. 당시 '정치적 한 쌍'이라 불릴 정도로 의도적인 이들의 관계는 서로 한치 양보없는 투쟁으로 말미암아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니체가 사랑한, 리스트의 딸이자 바그너의 부인인 코지마와의 기묘한 애정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바그너부부의 '반유태주의'의 전사로 나선 니체는 나중에 자신이 그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폭발하는 증오심은 결국 그를 허무의 세계에 빠지게 만든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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