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통령의 돌출지시

송(宋)나라에 진요자(陳堯咨)라는 당대 명궁(名弓)이 있었다.

10발을 쏘면 9발을 너끈히 과녁을 꿰뚫는 그는 한 기름장수가 그의 솜씨에 조금도 감명을 받지 않는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기름장수로부터 반복되는 숙련이 능히 기교를 낳을 수 있다는 '숙능생교'(熟能生巧) 한마디를 얻어 들었다.

기름장수는 빈병의 주둥이에 구멍뚫린 동전 한닢을 얹어놓고 지고 온 말통의 기름을 한 국자씩 떠서 동전의 구멍틈으로 붓는데 병이 가득차도록 동전에 기름 한방울 묻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

대통령이 국정현안들을 직접 챙기는 모습이 간간이 '돌출지시'로 비쳐져 심심찮게 시정의 화두에 오르는 모양이다.

때로 그 과정에서 '즉흥적'이라거나 그 '모양새'에 있어 '권위적'이란 코멘트와 함께. 정주(定住)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허용지시가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華僑)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나라 없이 참정권은 당해국적을 지닌 국민에게 부여하게 돼있음은 주지의 사실. 재일동포의 법적지위 향상 등을 두루 고려한 대통령의 고견원식(高見遠識)으로 이해되지만 이에는 중국(中國)과의 현실적인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정주외국인 2만6천명중 대부분이 단교한 대만(臺灣)국적의 중국인 이지만 우리는 92년 중국과 수교당시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기 때문에 중국은 이들을 자국의 공민(公民)으로 주장한다.

중국은 우리가 재중(在中)조선족을 '교포'라고 부르는데도 자국의 공민이 왜 한국의 교포가 되느냐고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태도변화 언급도 결국은 '보도되지 말아야 할 것이 보도된 것'으로 결말났다.

십발십중(十發十中)의 비범한 기술은 현재로선 분명 출중한 능력이지만 상궤(常軌)에 기초한 '국자뜨기'에서 더 소중한 기교를 얻을 수 있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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