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윈도는 물렀거라 리눅스가 나간다

'리눅스(Linux)'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컴맹 취급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에 필적할만한 파급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리눅스. 한때 일부 컴퓨터 마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리눅스의 영역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리눅스는 한마디로 새로운 컴퓨터 운용체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지금껏 일부 중대형 컴퓨터에만 쓰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몰랐던 것이다.

리눅스는 지난 91년 핀란드 헬싱키대의 전자공학도였던 리누스 토발즈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그는 일반 PC에서 중대형 컴퓨터용 운영체계인 유닉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리눅스를 만들었고 프로그램과 소스 코드까지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러자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수천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인터넷에 몰려들어 리눅스를 보완하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특히 MIT의 괴짜교수 리처드 스톨만이 창설한 자유소프트웨어연합(FSF)은 리눅스 보완작업의 핵심역할을 했다. 리눅스는 윈도처럼 특정 기업의 독점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세계 수천명의 개발자들이 동시에 개발한 공개 소프트웨어이다.

리눅스의 등장을 가장 반긴 이들은 MS의 독주에 반감을 갖고 있던 경쟁업체들. 지금껏 MS는 전세계 소프트웨어 매출의 90%를 장악한 윈도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영리추구와 폐쇄성에 자극받은 오라클·IBM·컴팩·HP 등의 경쟁업체는 반(反)MS전선을 구축했고 여기서 리눅스는 이들을 한데 묶는 구심점이 됐다.

지난해 리눅스의 컴퓨터서버 시장점유율은 17.2%로 35.8%선인 MS사 윈도N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리눅스는 윈도NT 점유율을 30%이하로 끌어내리기 위한 본격적인 공세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리눅스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가격.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눅스는 무료인 셈이다. 운용체계와 응용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CD롬 구입가격도 윈도NT의 10분의1이 채 안된다. 게다가 반MS진영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리눅스를 채택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IBM조차도 리눅스를 탑재한 리눅스 파워PC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는 한때 워드퍼펙트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코렐사와 오라클이 리눅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껏 리눅스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운용체계라는 선입견이었다. 실제로 슬랙웨어라 불리던 초창기 리눅스 버전은 전문가들조차 기존 프로그램을 잃어버릴 위험부담을 안고 2∼3일씩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입력방식도 윈도처럼 그래픽을 통해 사용자들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GUI)으로 변하고 있다. '그놈(GNOME)'과 같은 GUI개발은 리눅스 대중화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전망이다.

다소 우스꽝스런 발음을 가진 '그놈'은 'Gnu Network Object Model Environment'의 약자. 리눅스의 새 얼굴인 그놈은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사용자들도 리눅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프로그램이다. 그놈을 이용하면 사용자들은 귀찮은 명령어를 입력할 필요없이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전자우편을 보내며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일반 PC뿐만 아니라 팜톱계열의 핸드헬드PC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

세계적으로 리눅스 사용자는 500만~1천만명이며 국내 사용자는 5만~7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매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우연한 리눅스의 등장과 공유와 나눔의 개념에서 출발한 리눅스의 개발은 컴퓨터 역사서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로 장식될 것임에 틀림없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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