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오는 모퉁이가 죽을 모퉁이'라고 했다.
돈 벌기가 조금도 어수룩한 구석이 없으니 이땅의 재주없는 서민.월급쟁이들이 살아오면서 몇십번이나 이런 푸념을 내뱉았겠는가.
그런데 반드시 '죽을 모퉁이'에서만 돈이 나오는 게 아니란 사실이 최근에 알려져 서민들의 입초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록 특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란 남의 일이긴 하지만.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자민련 소속의원 45명이 1인당 200만원씩을 총무에게 받은 모양이다.
보통 정치권에서는 이런 성격의 돈을 통상적으로 '오리발'이라고 부른다.
오리발이란 물갈퀴라는 뜻으로, 지역구의 귀향활동이란 헤엄을 더욱 용이하게 칠 수 있도록 당지도부에서 갈퀴를 달아준다는 뜻.
그런데 이번에 의원들이 받은 액면 10만원짜리의 빠닥빠닥한 수표 20장은 아무래도 매표(買票)성격을 떨칠 수 없어 정작 받은 의원들조차 입맛이 썩 청량(淸凉)하지가 못했던 모양이다.
누가 뭐라고해도 '표단속용'이란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민련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항상 그렇지만 이런 성격의 돈치고 출처가 분명한 것이 없다.
당의 실무관계자들은 당의 공식자금에서 지출된 것이 아니고 총무가 개인적으로 조달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결국 컴컴하기 이를데없는 돈으로 규정지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컴컴한 돈이 컴컴한 용도에 쓰이는 이치는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궁금한 것은 총무의 측근이라는 사람이 "중요한 표결을 앞두고는 어떤 형태로든 의원들에게 성의를 표해 왔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겐 실로 충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국회의원은 이래도 돈, 저래도 수표라는 말인가. 하고싶은 말은 아니지만 '미운 놈 차버리니 떡고리에 자빠진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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