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제석봉)-도시에 심는 사랑

두 친구가 택시를 탔다.

한 친구가 내릴 때 "감사합니다. 멋진 직업을 가지셨군요"하고 말했다. 기사는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싶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하고 눈을 치켜 떴다.

"인사치레가 아닙니다. 이 복잡한 길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데려다 주시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그러자 기사는 "아, 예…"하고 웃음을 띠었다.

옆 친구는 갈 길 바쁜데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고 핀잔했다. 그랬더니 "나는 이 도시에 사랑을 심고 있는 거야. 이 도시를 구할 방법은 이 길 밖에 없어" 하고 대답했다.

"뭐? 자네 혼자서 이 도시를 구하겠다고?" "나 혼자가 아니야. 하루에 이 택시를 타는 사람이 스무명은 되겠지. 기사가 손님들에게 밝은 마음을 심어주고, 손님들이 다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마음을 심어준다고 가정해봐. 그러면 하루에 100명도 넘을걸!"

"자네는 택시 기사를 통해 밝은 마음을 전하려 하는군" "기사뿐만 아니야. 적어도 하루에 열명이상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지. 그 중 세명만 따라 해줘도 하루에 300명은 되잖아"

그 두 친구가 길을 걷는데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 일꾼들에게 또 말을 건넸다.

"멋진 건물을 짓고 계시군요" 일꾼들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가 싶어 쳐다보았다. "설계를 아무리 잘 한들 무슨 소용있습니까. 여러분의 땀과 정성이 섞이지 않으면…멋지게 지어 우리고장의 명물로 만들어 주십시오" 짜증과 찌푸린 얼굴은 회색빛 도시를 더욱 삭막하게 한다. 회색빛 도시에 따뜻한 마음을 심자.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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