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9일 오후 대구 경상감영공원.공원 한켠에 200여명의 인사들이 '인혁당 사건' 피해자를 위한 추모집회를 열고 있었고 그 옆에는 경찰관 수십명이 배치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은 지난 75년 박정희 정권 당시 일어난 '인혁당사건' 관련자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만 24주년이 되는 날. '인혁당 사건'은 그간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다가 지난 89년부터 유가족과 학생 등이 중심이 돼 추모행사를 열어 왔으나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한 집회 자체가 불법이라는 정부 당국의 방침에 따라 번번이 경찰의 제지를 받아왔던 것.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경찰에 사전 신고한 뒤 옥외 공식집회를 가짐으로써 행사 참가자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게 했다.
'인혁당 사건'은 여정남, 서도원씨 등이 인민혁명당을 결성, 국가 전복을 기도한 혐의(국가보안법)로 구속된 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된 사건. 이를 두고 당시 일부에서 용공조작설이 제기됐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사법사상 치욕의 날'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날의 추모행사는 최근 묻혀진 역사의 실체를 밝히자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현재 제주 4.3 사태 재조명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가 하면 '인혁당사건' 진상 규명 움직임도 대구와 서울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당시 시대 상황에 짓눌려 억울한 처벌을 받았던 민주인사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입법화 문제도 거론되고 있어 새롭게 변하는 시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공산당'이라는 누명을 벗어야지요.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당시의 재판 결과가 잘못됐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꽃필 수 없습니다"
'인혁당 사건' 당시 같은 혐의로 붙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던 강창덕(72.대구시 북구 동변동)씨의 절규는 이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날 추모집회를 계기로 인혁당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 잡는 노력만이 우리가 표방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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