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끝닿은 곳 울릉도. 육지 사람들에겐 파도소리와 수평선 너머 일출이 먼저 떠오르는 곳. 한번씩 멀어졌다가 독도 이야기라도 나오면 기억나는 섬. 하지만 이곳에도 섬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이 살아 숨쉬고 있다. ―내년이면 개척 역사 3세기를 맞는다.
포항에서 500리 길. 하지만 울릉도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태풍으로 일정을 며칠 늦잡친 취재진은 어렵사리 포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탈 수 있었다.
쾌속선으로 3시간쯤 달리자 창밖으로 섬이 다가섰다. 얼핏 보기에도 울릉도는 달랐다. 바다위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섬을 한바퀴 휘돌고 그 틈엔 군락을 이룬 향나무와 해송이 푸르름을 보태고 있었다. 제주도나 남해와는 또다름을 간직한 섬.
하지만 도동항에 내려 한나절을 보냈을까. 겉보기와는 달리 울릉도도 세상사 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야기 와 어장을 잃어가는 안타까움 만나는 사람마다 답답한 속내만 털어놨다.
80년까지 3만이던 인구가 요즘엔 만명을 겨우 넘기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살기가 힘들다는 말이죠 도동항에서 20년째 식당을 했다는 40대 아주머니의 푸념이다.
한때 가구당 수입이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울릉도. 그 만큼 사람이 붐비고 돈이 넘치는 곳이었다.
취재진은 섬사람의 속타는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성인봉 자락에 위치한 나리분지를 찾았다.
10만여평의 평지가 펼쳐진 이곳엔 약초와 산채 재배만으로 노다지를 캤다는 곳이다. 천궁 농사만 지어도 1년에 1억원은 쉽게 벌었지만 7~8년 전부터 중국산이 밀려들어오면서 천만원 벌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 이곳에서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봉조(70)씨는 아예 농사를 포기하거나 더덕이나 감자 농사만 짓는 집들이 갈수록 는다 고 했다.
울릉군 농촌지도소 이석수(53)계장은 800호쯤 되는 농가의 전체가 천궁이나 미역취, 삼나물 등 약재나 산채 농사만 짓고 있다 며 연작으로 인해 토질이 나빠지고 수입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덧붙였다. 군에서 우수종자를 육성하고 육지와의 직거래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 을 쉽게 떨치기는 힘들어 보였다.
울릉 약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약초를 먹고 커 유난히 육질이 부드러워 80년대 후반 일본 수출에 나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고유 브랜드화의 실패와 수송 문제로 3천마리를 넘던 소가 이젠 겨우 1천마리 정도다. 지금은 육지 수출길이 거의 막힌상태.
다시 바다로 내려갔다. 오릉도 어민들이 잡는 어획량의 95%는 오징어. 450척 정도 되는 배들이 연간 150억원 정도씩 오징어를 잡아왔는데 앞으론 막막합니다.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선 일본배하고 경쟁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닙니까 선주협회장 김성호(55)씨는 울릉도 인구의 절반이 오징어를 잡고 사는데 걱정이다 며 말을 이었다. 독도 근해 어장이 한일 어업협정으로 공동 수역이 된 탓이다. 80년대 후반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기계화되면서 밀려난 어민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거 섬을 떠난 뒤 삶이 위협받는 두번째 시련기인 셈.
동해안 어업 전진기인 저동항도 우울하기는 비슷했다.
지난 79년 완공된 저동항은 800여척의 어선을 동시에 정박시킬수 있는 대형항. 그러나 배가 없었다. 제빙공장 등 기반 시설이 노후화 되면서 4, 5년전부터는 타지역 배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한일 어업 협정으로 큰 배들이 출어를 포기한 뒤론 더 심하죠 .
울릉수협 김명규(41)과장은 성어기가 되면 전국에서 500여척의 배가 몰렸으나 요즘은 100대 채우기도 어렵다 며 아쉬워 했다. 포구 바닥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500t 이상급 되는 어선들이 입항하지 못하는 것도 풀어야할 또다른 문제중 하나.
저동항은 해만지면 사람 보기가 귀해진다. 물론 외지 뱃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탓이다. 상인들은 외지에서 배한척 들어오면 적어도 100만원 이상이 이곳에 뿌려진다 며 항구 경기가 완전히 죽은 상태 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울릉도 한편에서는 7년전부터 대역사가 이뤄지고 있다. 울릉 신항. 방파제 길이만 3km에 항구 수면적만 30만평. 10년후면 공사가 끝날 신항은 정부가 동북 해상 무역의 전초 기지로 짓고 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국제적 상업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제대로만 된다면 그나마 미래를 향한 돌파구를 열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허전했다. 파도를 막자, 길을 뚫자 개척 역사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울릉군의 구호다. 흔들리는 삶. 섬사람들은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울릉도만이 가진 천혜의 자연. 관광으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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