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독일문학권이 낳은 걸출한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의 소설 '사고(事故)-그래도 가능한 이야기'(아래아 펴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출간됐다
스위스 베른 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명성이 높았던 뒤렌마트는 국민작가로 추앙받았으며 여러 차례 노벨상 후보에 오른 인물. 지난 56년 발표한 이 작품은 독일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평론가인 마르셀 라이히-라니키가 "45년이후 독일어권에서 발표된 책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소설이다.
늘 예상치 못한 우연성과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이 숨어 있어 읽는 이들이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끼는게 그의 소설의 미덕이다.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21개국어로 번역돼 수백만부가 팔린 이 소설은 채 100쪽도 되지 않는 얄팍한 분량이지만 도저히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집요한 논리적 전개에서 그 진가가 빛난다.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 알프레도 트랍스. 출장에서 귀가하던 그는 우연히 자동차가 고장을 일으켜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결정한다. 단순한 사고.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충동, 혹시 예쁜 여자라도 만나 재미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내…. 하지만 하룻밤 신세를 지게된 집주인 노인과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모의재판에서 기꺼이 피고역을 수락한 트랍스는 몇차례 저지른 혼외정사와 직장 상사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로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이 결정은 트랍스로 하여금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는게 이 소설의 줄거리다.뒤렌마트는 이 작품을 희극으로 분류했다.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이 작품은 자살로 마감되는 줄거리의 비극성에도 불구, 현실사회에 대한 희극적 풍자로 읽힌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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