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전국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설립 계획에 따라 대구·경북 응급환자 구호를 위한 '대구·경북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지난달 경북대병원에서 문을 열었으나 보건당국의 무관심으로 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응급환자만 수용해야 할 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응급환자보다는 비응급환자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환자들도 빠르게 입원하거나 외래 보다 빠른 진료를 위한 통로로 권역 응급의료센터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권역 응급의료센터에는 뇌혈관 질환자나 교통사고 환자 등을 처치하기 위해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어 일반 환자들이 연일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구·경북권역 응급의료센터는 지상 9층, 지하 1층, 연건평 3천800평 규모. 소생실·처치실·중환자실·회복실·혈액검사실·중앙소독실·입원실(174병상) 등을 갖추고 있고 2명의 응급의학 전문의, 23명의 수련의, 23명의 간호사들로 진료진을 꾸며 놓았다.
더욱이 3층의 수술실(13실)은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추었으며, 이곳에 설치된 첨단 카메라를 통해 수술장면이 대강당과 세미나실 대형 멀티 화면으로 전송돼 전공의들의 교육에도 활용된다. 옥상에는 응급환자 공수를 위한 헬기장이 설치돼 있나 하면 수술실과 연결된 고속 승강기가 환자들의 응급수송을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첨단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의 계획대로라면 △중증 응급환자 진료 △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 △응급구조사 훈련 및 실습담당 △응급환자 정보 제공 및 통제기능 △대형 재해때 의료지원 중심병원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권역 응급의료센터는 문을 연지 한달이 다되도록 이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관건인 '응급환자 정보센터 가동'이 안돼 실제로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발생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모든 환자들이 병의 위중도를 무시한 채 대구·경북권역 응급의료센터로 몰리면서 정작 소생술 등 응급처치와 고난도의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입원공간을 빼앗기는 등 권역 응급의료센터 기능이 상실되고 있는게 지금의 사정이다.이에대해 전문가들은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119(소방본부 구급대)와 병원 및 치료 정보를 갖는 1339(응급환자 정보센터)로 분리돼 있는 현재의 응급구조망을 일원화 하고 1339를 권역 응급의료센터내로 이관, 대구·경북지역의 병원 정보를 실시간(Real time)에 이송중인 응급환자에게 전달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9는 대구·경북지역의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와 이송만을 담당하고, 응급환자정보센터는 응급처치 정보를 119에 제공하는 한편 환자를 치료 가능한 적절한 병원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증의 환자들이 최종 진료기관인 경북대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전문가들은 '이송중인 구급차와 구급대원에게 병상정보 및 응급처치 요령을 알려주고 국민들의 질병 상담을 담당 하도록' 한 1339의 공공성과 중립성·객관성 확보를 위해 '응급의료관리위원회' 운영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장→인근 병원→치료 가능한 병원→대구·경북권 응급의료센터 등으로 만들어진 이상적인 응급환자 이송체계도 이럴 경우 가능하다는 것.
산업화·도시화로 날로 급증하고 있는 각종 사고에 따른 응급의료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응급구조망 개선도 중요 하지만 각종 정책개발 등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응급환자 진료 흐름을 위해서 응급실내 응급환자 분류소에서 내원 환자의 맥박·혈압체크와 간단한 검사를 통해 응급 및 비응급 환자를 분류하고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에 대해서는 진료비를 100% 본인 부담으로 돌려 응급실 혼잡을 막는 제도적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양질의 응급의료 서비스 차원에서 응급의료센터에 응급의학 전문의 확대 배치와 함께 간호사의 양적 증대 및 질적 보강도 있어야 한다. 또 응급실의 응급의학 전문의와 응급전문 간호사 수에 따라 수가를 달리하는 '응급수가제'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
나아가서는 사고 현장의 응급처치는 응급구조사가, 응급실 내에서의 응급처치는 응급간호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며 응급구조사도 1·2급으로 분류해 1급은 약물투여·응급처치를 맡도록 하고 2급은 구강내 이물질 제거·혈압 측정 등을 담당하도록 해야 하는 제도적 문제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앞서 현장 또는 이송중 응급처리를 담당하는 응급구조사를 많이 양성, 119구급대에 확대 보급하고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응급구조사 양성체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이는 현재 응급환자 이송의 64·5%가 119구급대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119구급대원의 절반정도가 응급처치의 기본인 심폐소생술을 정확하게 모르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의 3분의 2가 부실한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중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밖에 응급의료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는 것만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응급의료 활동에 대해 요소별로 평가하는 제도를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편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는 연내로는 인천 중앙길병원(인천·경기권)·강릉 동인병원(영동권)이, 오는 2001년까지는 충남대병원(대전·충남·충북남권)·원주기독병원(영서·충북북부권)·부산대병원(부산·경남권)·전북대병원(전북권)·전남대병원(광주·전남권)에 개원될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국립의료원이 중앙응급의료센터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黃載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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