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들어 대구.경북지역 민심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보궐선거 때 그토록 도도했던 이 지역의 반(反)DJ정서가 그 새 가라앉았는지 여당의 후원회에 몰려드는 지역기업인과 유력인사들의 넘치는 행렬은 염량세태를 실감케한다.
더욱이 이른바 빅5니, 빅10이니 하는 지역의 큰 기업들이 경제난 속에 워크 아웃 대상이 되어 빈사상태의 산소호흡과 같은 은행지원을 받고있는 터에 정당에 금전적 후원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기업이 도산위기에 빠졌는데 정당을 후원할 돈은 남아 있었을 것인지 알 수 없고 설사 돈이 있었더라도 기업과 종업원을 위해 쓰는 것이 우선아닐까 싶다.
심지어 지역의 일부 공직자들마저 여당후원회 주변에서 얼찐거린다는 얘기는 이 지역이 하루아침에 친여성향으로 바뀐 것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지역민심이 자발적으로 돌아서서 우리정치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지역갈등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인가.
그렇지않고 권력의 후견이 없어진 지역기업인.공직자 등 유력인사들이 지레 겁을 먹고 여당후원에 나섰거나 기업회생이나 자리보존을 위해 여권에 줄대기 아부를 한것인가.
당사자들 스스로는 판단하고있겠지만 이런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계속된다면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만은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 수도권지역의 보선처럼 선거의 공명을 해치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공명 해칠 수도
그러나 이보다 더 알 수 없고 해괴한 것은 구정권 핵심의 지역넘보기라할 것이다.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과 그의 5공세력의 최근 대구방문이 그런 감회를 갖게한다.
전전대통령이"현재로선 정치활동에 관심이 없다"면서 '미래'의 정치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같은 생각이 든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대구와 부산.경남지역방문에 앞선 발언이다. (김 대통령측은 부인했다지만) "다음 정권은 반드시 영남이 되찾아야한다.
내가 부산에서 사람을 키우겠다"면서"PK지역은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내가 나서면 따라오게돼있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실로 그가 가진 착각의 끝을 알 수 없게 한다.
이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의 여권줄서기와 영남권 기반 구정권 핵심의 지역권 정치세력화 기도(영남신당등)는 지역민심의 구심점 찾기를 흐리게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민심의 구심점이 없어 기성정치권은 이 지역을 무주공산이라 하지만 지역민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표현이 지역의 주인인 지역민의 자존심을 건드린 점도 있지만 가당찮은 인물들의 자칭 '지역맹주'란 발언에 속이 뒤짚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적 침체를 벗어나기위한 구심체를 형성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지역민들도 지역경제의 회생과 지역의 새천년을 준비하는 정치적 꿈나무를 준비해야할 것이다.
--꿈나무 심을 준비를
그러기 위해선 대구.경북지역민의 정치적 선각(先覺)이 있어야한다. 차기 정권은 3김정치에서 벗어나고 김대중 대통령의 후계구도가 반드시 호남이란 지역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때 가선 반DJ정서가 정치에 큰 의미를 주지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DJ정서 때문에 구정권세력의 복귀를 불러오고 여권인사라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지역의 미래는 밝지못할 것이다.
1년 남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지역민들은 이전에 가졌던 여야정치권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머잖아 시작될 정치권의 변화속에서 나라의 장래와 지역의 미래를 함께 추구하는 지역정치의 희망을 찾아야한다.
홍종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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