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여왕 안동방문 특집-"세계가 하회마을 주목"

"동·서양의 전통과 한국과 영국의 전통이 만난다"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이 1883년 한·영 수교 이후 영국 군주로는 처음으로 방한하면서 국내에서 '엘리자베스여왕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지방 방문지인 안동 하회마을도 일약 세계적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한영국대사관은 4월 들어서부터 여왕의 방한 준비와 리허설 작업으로 여념이 없다. 특히 구미여중과 대구여고, 경북대 사대를 나온 향토 출신 박영숙(44)공보관도 최근까지 하회마을을 무려 6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눈코뜰 새가 없이 바쁘다.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하면 그곳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고 이미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는 박공보관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지역이 방문지로 선택된 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왕의 하회마을 방문에 적잖은 역할을 한 그녀는 한국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하회마을이 방문지로 최종 결정된 뒤에도 경주, 제주, 부산 등 여러 지역의 시샘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박공보관은 "영국 기자들은 당초 60명가량 신청했다가 유고 사태로 그 쪽에 투입되는 바람에 20여명으로 대폭 줄었지만 이들을 포함, 300여명이나 되는 엄청난 외국기자들이 입국해 취재경쟁을 벌인다"며 "하회마을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외국기자들은 수행취재 인원이 제한되자 여왕의 일정 중에서도 유독 하회마을 취재만은 가겠다며 서로 설전을 벌이는 해프닝까지 벌어질 정도였다고 했다.박공보관에 따르면 영국여왕은 1년에 두번 해외 나들이를 떠나는데 한번은 영국연방국가가 포함된다고 했다.

그 동안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 중에서는 한국만 가보지 못해 이번에 방문케 됐다고 전하고 "우리 경제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대외 신인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방한 준비 과정에서는 취소되었다가 다시 살아난 생일상을 둘러싼 논란도 없지 않았다. 여왕은 안동 방문일인 21일 73회 생일을 맞게 되나 영국 전통에는 생일상이라는 격식이 없고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조촐한 행사만 갖는다는 것. 이 때문에 여왕 측에서 푸짐한 생일상은 영국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이라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동시청 측이 47가지 음식이 차려진 전통 칠순 생일상의 장면이 전 세계에 생생하게 보도되면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간곡히 요청, 수락했다는 것.

또 한국의 생일상은 음식을 혼자 먹는 게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와서 먹는 마을축제라는 말을 듣고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안동 풍천면 지역에서 같은 날 생일을 맞은 주민 5명과 함께 생일상을 받도록 바뀌기도 했다.

여왕에게 선물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는 박공보관은 영국에서는 여왕도 공직자이므로 비싸지 않은 조그만한 선물만 받기 때문에 하회탈, 색동복주머니, 족두리 등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하는 데 그친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 "초상화 제의도 있었지만 초상화 전속 화가가 따로 있어 사양했으며 여왕은 남의 나라 전통옷은 입지 않는 관례 때문에 한복 제공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들려 주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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