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1세.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삶을 바꾼 여인, 태어나면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법적 사생아. 그러나 처녀의 몸으로 여왕에 등극, '버진 퀸'(성처녀 여왕)의 신화를 떨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
우연하게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방한에 맞춰 엘리자베스 1세의 파란만장한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그린 두편의 영화가 상영중이다. '엘리자베스'(감독 세카르 카푸르)와 '셰익스피어 인 러브'(감독 존 메이든). 얼음같은 냉정함과 위엄을 갖춘 영국 여왕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영화다. 두 영화는 또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맞수로 경합, 할리우드에 영국사극붐을 일으켰다.
'엘리자베스'는 구교도와 신교도 사이의 적대관계와 왕권을 둘러싼 음모를 다루고 있는 시대극이자 음모 스릴러다.
엘리자베스 1세 만큼 화려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인도 드물다. 교수형 당한 어머니(앤 볼린·'1000일의 앤'으로 유명한 헨리 8세의 두번째 부인), 어머니를 교수형 시킨 아버지(헨리 8세). 아버지의 결혼 무효선언으로 법적 사생아가 됐다가 이복 동생(에드워드)과 이복 언니(메리여왕)의 왕위계승 후 반란 주동자로 몰려 사형될 위기까지 맞는다.
메리여왕의 서거로 1559년 영국 여왕에 올랐지만 여전히 모함과 독살 음모, 배신 등 온갖 역경을 겪었다. 영화는 엘리자베스 1세가 권좌에 오르고 또 왕위를 지킨 과정을 처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랑켓이 엘리자베스 1세 역을 맡아 영국과 혼약을 맺은 '버진 퀸', 대영제국의 기초를 확립한 '철의 여왕'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도 엘리자베스 1세의 강철같은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셰익스피어극으로 단련한 정통 연기파 배우 주디 덴치가 허스키한 목소리에 날카로운 눈매, 꼭 다문 입술, 거침없는 말로 여왕의 근엄함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주디 덴치는 지난 88년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데임(나이트에 맞먹는 귀부인에게 주는 작위)작위를 받은 귀족이다.
비록 허구지만 셰익스피어(조셉 파인즈)와 바이올라(기네스 팰트로)의 열정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여왕으로 등장, 공주시절 더들리경과의 못이룬 사랑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여자가 무대에 서는 것이 금지된 당시의 관습을 눈감아 주고, 서민극장에서도 연극을 관람하는 등 예술에 쏟은 엘리자베스 1세의 관심도 엿볼 수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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