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쁜날 이웃사랑-대구 내당4동 손종호씨

지난해 11월 부인 김윤희(50)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반신마비의 고통을 겪어온 대구시 서구 내당4동 손종호(50)씨는 지난달말 자신이 당한 뺑소니 교통사고만 아니라면 이토록 절망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누구 못지않게 성실하게 살아았지만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불행은 어쩔수 없었다.

시내버스, 택시, 텀프트럭 등 운전경력 26년째인 손씨는 내무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모범운전자.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려고 저축도 열심히 해 5년전에는 덤프트럭(대당 5천600여만원) 2대를 구입, 자립의 기반을 다졌다.

"이제 고생이 끝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용했던 운전기사가 고령재 부근에서 대형사고를 낸 것. 남은 트럭을 처분하고 저축했던 돈을 찾아 사고를 처리한 뒤 손씨는 다시 버스기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눈물겨운 알뜰 생활은 다시 시작됐고 친구의 도움과 새마을금고 융자로 또다시 덤프트럭 1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두번째 불행은 2년전 수원 서해대교 공사장에서 일어났다. 트럭이 전복돼 손씨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꼼짝없이 8개월간 병원신세를 졌다. 세번째 불행은 IMF. 건강은 회복됐지만 건설업체가 잇따라 부도나 일감을 찾을 수 없었다.

백수신세를 전전하던 지난해 11월 아내마저 뇌출혈로 쓰러졌다. 한달만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더 이상 병원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게 병원측의 설명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약 타러 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던 손씨는 지난달 19일도 친구들을 만나며 밤늦도록 일거리를 모색했다. 별 뾰족한 소득없이 집으로 돌아오던 골목길에서 승용차에 부딪혀 기절하고 말았고 깨어났을 때 가해차량은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귀에서 피가 나고 얼굴이 뒤틀리는 등 부상이 심한 것 같아 병원을 찾아가 보라고 권유했는데도 자꾸 약만 사갔습니다. 후에 손씨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됐습니다"동네약국을 운영하는 권영숙(48·여)씨는 손씨 가족의 어려움을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다 '기쁜날 이웃사랑'에 호소했다.

손씨는 "하나뿐이 아들 석(14)이가 잇따른 불행과 사고에 충격을 받고 집에만 틀어박혀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石珉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