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영국여왕의 안동방문을 환영하며

신사의 나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우리 고장 안동을 방문한다.

참으로 뜻깊고 반가운 일이다. 스티브 브라운 주한영국대사는 안동을 돌아보고 5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고 또한 이런 훌륭한 한국의 고유문화가 세계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랐다고 한다.

세계 어디를 가나 그 나라의 고유한 모습을 보기를 좋아하는 영국여왕이 안동을 방문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일찍이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조선반도의 정심(正心)은 영남이고 영남의 정심(正心)은 안동"이라고 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로 이어지는 불교문화와, 서원과 종택, 하회탈놀이에 배어 있는 조선의 유교문화와 서민문화가 공존하는 우리 민족 전통의 저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고장이다.

--名賢巨儒 배출 민속 보고

특히 영국 여왕의 첫 방문지인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태극형으로 휘돌아 나가는 풍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예로부터 큰 인물이 많이 나오고 평온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선생 같은 수많은 명현거유(名賢巨儒)들이 이 고장에서 배출되었고 고택의 품격과 전통을 자랑하는 반촌(班村)은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민속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예(禮)와 도(道)를 중시하고 절의(節義)를 지키는 선비정신이 이 지역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이다. 세속사에 연연해 하지 않고 체통을 지키는 그 담대함과 대인다운 너그러움, 그리고 불의에 기가 죽지 않는 기개와 자존심이 선비정신의 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신사문화 속에서도 선비정신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신사문화는 봉건시대의 기사도 정신에서 출발하여 금욕과 절제의 청교도 정신이 내면화된 것이다.

턱을 내밀고 굳게 입을 다문 얼굴은 철저한 자기절제와 근엄정신을 상징하는 신사문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호텔 장식, 세계인의 복장, 에티켓, 테이블 매너 등도 그 뿌리가 영국의 신사문화이다.

특히 이러한 전통과 예의를 존중하는 보수적인 영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꽃피운 것은 신사문화 속에 숨겨진 저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안동의 선비문화와 서민들의 탈춤문화는 한국전통문화의 정수(精髓)이면서 세계적으로 21세기 '포스트모던'의 문화적 가능성의 손짓이기도 하다.

--지역문화 세계로 홍보

새 천년을 눈앞에 두고 민주주의의 나라, 신사문화와 5천년 전통의 나라, 선비문화와의 만남은 그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은 낙동강과 템즈강의 만남이 되고, 선비문화와 신사문화와의 만남이 되며, 한국경제와 영국경제의 만남이 되어 새로운 문화적 회통의 계기가 되고 새로운 경제협력의 촉진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또한 지난해 우리 경상북도가 개최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이어서 안동을 '유교문화의 메카'로 세계에 알리고 상품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새 천년의 미소'로 경북 도민과 함께 여왕의 안동 방문을 환영한다.

이의근(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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