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이 나라엔 독재.공포.죽음.실망뿐

지난 11일 유고연방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북면을 한 남자 무장괴한 2명으로부터 11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한 세르비아의 언론인 슬라브코 쿠루비야(50).

베오그라드 최대 일간지 드네브니 텔레그라프, 주간지 에브로플리야닌의 소유주며 편집국장인 그는 특히 98년 10월 19일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직접 드네브니 텔레그라프에 발표해 밀로셰비치의 미움을 받아왔다.

세르비아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짧게 보도했지만 며칠후 장례식에는 당국의 삼엄한 감시를 무릅쓰고 2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쿠루비야가 목숨과 맞바꾼 공개서한이 18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지에 소개됐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 당신의 참모들과 연립여당은 지난주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세르비아를 초법적 비상사태로 몰아넣었습니다. 3개 일간지와 한 방송사가 문을 닫아 세르비아인들은 이제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합니다. 세르비아 역사상 한번도 없던 일로이는 세르비아의 수치입니다.

금세기 들어 세르비아인들이 쌓아온 모든 것이 무참히 파괴됐습니다. 연방과 국가의 경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며 획득했던 동맹국의 지위, 민족의 존엄성, 유럽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이제 우리나라는 유럽공산주의의 최후의 찌꺼기이자 학살자가 돼가고 있습니다.세르비아의 여러 제도는 장점과 가치를 철저히 잃었고 한 떼의 특권층을 살찌웠습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1천40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연금생활자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먹을 것을 찾습니다.

국가는 엉터리 금융체계와 외환구조를 이용해 20억 달러를 국민들로부터 수탈했고 실업자 200만명에 10만명의 고급인력이 곧닥칠 전쟁과 징병을 모면하기 위해 해외로 떠났습니다.

비상사태 상황은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음에 안들면 누구든 처형하는 경찰과 그 끄나풀들은 공포를 조장했습니다. 절대복종만이 요구됩니다.

당신의 나라, 당신의 국민은 수년 동안 죽음과 비참함, 테러와 실망, 공포와 공황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공포와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