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리 재난전문가 산토얀니 작 '쥐와 인간'

쥐와 인간은 수천년동안 더불어 살아왔음에도 늘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숙명적 관계다.

인간이 쥐와 벌여온 싸움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패배의 역사라는게 정설. 온갖 묘안을 짜내 쥐를 제거하려 하지만 승리는 쥐의 몫이었다. 인간이 쥐에 대해 너무 몰랐고 지금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유명한 쥐학자이자 이태리 재난대책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산토얀니가 쓴 '쥐와 인간'(시유시 펴냄)은 인간의 역사와 교차돼온 쥐의 역사등 전모를 밝히고 있다.

특히 지구상 모든 생물가운데 주변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완전한 피조물' 집단으로서의 쥐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이 담겨 있다.

태평양의 엔게비섬에서 있었던 일. 1950년대 미국의 핵무기 실험지였던 이 섬에는 몇년동안 원자폭탄, 수소폭탄 등 모두 15발의 폭발실험이 있었다. 4년뒤 미 해군소속 과학자들이 섬에 상륙했을 때 놀랄만한 일이 전개되고 있었다.

모든 동식물이 사라진 황무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동물이 있었다. 쥐였다. 그것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번식하고 있었다는 탐사책임자의 기록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한마디로 경이로운 쥐의 생존력이다. 쥐는 어떤 동물보다 최악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는 극지 빙산이든 뜨거운 사막이든 어떤 환경속에서도 살아남아 번식하고 있다.

이처럼 쥐의 놀라운 번식력은 인간의 눈에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비치고 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에서부터 쥐를 소재로한 숱한 조각과 그림, 판화가 그 예다.

쥐의 이같은 놀라운 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쥐의 본능적 '의심'이라고 말한다. 이 의심이야말로 쥐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기는 비결이다. 쥐는 자신이 모르는 먹이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먹더라도 무리중 가장 나이 든 쥐가 시식하고 48시간이 지난뒤부터 먹을 정도다.

쥐를 박멸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육탄전도 더 이상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못한다. 천적 몽구스나 쥐약, 불임유발약, 독가스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쥐와 맞설 방법은 없는가?

저자는 남은 방법으로 '화해'를 손꼽는다. 서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쥐와의 공생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제3세계 국가들의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해마다 아시아에서 쥐들이 먹어치우는 쌀만 해도 4천800만t에 이를 정도다.

이런 부분적인 화해 움직임에도 불구, 현실에서 쥐는 여전히 귀찮고 무서운 존재로 남아 있다. 과학적 관찰과 역사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 책은 새로운 사실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귀한 독서체험을 안겨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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