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개발연구원은 올해초 연례행사를 겪었다. 박사, 석사 각 1명씩 2명의 연구원이 대학으로 가버렸다. 연구원보다 대학이 더 안정되고 보수가 좋다는 게 사표제출 이유였다.
연구원은 인력유출 이외에 해마다 연말 예산확보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해마다 40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지만 각종 시험 수수료 등으로 마련하는 자체 재원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의 75%에 해당하는 30억원을 산업자원부와 대구시로부터 지원받기 위해 연구원은 몸살을 앓는다.
77년 섬유기술전문훈련소로 출발한 이래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섬유개발연구원은 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 전문기관으로 인정받아 왔다. 밀라노 프로젝트에서도 17개 사업중 3개 사업을 맡아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이 이들 사업을 원활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믿는 이는 의외로 적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사업인 신제품개발센터 건립 등을 위해 올해부터 사가공, 합섬직물 제직 등에 경험있는 연구원을 보강해야 하지만 근무여건이 열악해 지원자가 적다"고 털어놓았다.
섬유도시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대구의 각종 섬유관련 단체, 연구소의 속내는 의외로 부실하다. 프로젝트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이들의 부실은 프로젝트의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를 보자. 관련 조합 및 연구기관을 망라하고 산자부.대구시.경북도 관계자와 굵직한 업체대표들이 대거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명실공히 업계 대표단체다.
그러나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거대사업이 발표된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이사회나 세미나도 열지않은 채 '무역할의 존재'를 고집하고 있다. 협회가 무기력하다 보니 견직물조합, 직물조합, 메리야스조합 등은 프로젝트에 관한 의견제시 창구를 잃어버렸다. 특히 밀라노 특위에서 이들 조합 이사장들이 모두 배제된 마당이다.이들을 이처럼 프로젝트에서 소외시킨다면 잃는 게 더 많다. 업계의 일치된 추진력이 아니고서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섬유.패션대학으로 확대될 섬유기능대학과 섬유기술대학. 합병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절차나 과정을 서로 논의한 적은 없다.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밀라노 특위 앞에는 이처럼 각종 단체.기관.연구소의 경영안정, 역할제고, 화합조성이라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위 자체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이들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특위에게 주어진 숙제거리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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