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방문 영국 여왕 둘째날 이모저모

○…방한 이틀째를 맞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20일 오전 첫 행선지인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를 방문, 자동차 신모델 개발현장을 둘러봤다.

여왕 일행은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회장 내외의 영접을 받은 뒤 차량 의장디자인 스튜디오로 향해 K-200 4WD 차량의 디자인 개발 과정을 시찰했다.

옥색 정장차림의 여왕은 심봉섭(沈奉燮)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부사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100여평의 스튜디오 곳곳을 둘러봤으며 모형자동차 앞에서는 "어떤 재료로 만들었느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우자동차는 개발이 진행중인 컨셉트 차량 '미래'를 선보였으며 여왕은 차량 내부와 외부를 나눠 전시한 이 차량의 모델을 10여분 동안 유심히 살펴봤다.

여왕은 특히 전기장치를 통해 차량의 운전대와 운전석이 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며 웃음을 지어 보인뒤 "어떻게 기어박스를 없애 운전석을 자유자재로 옮길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 모델은 영국 워딩의 대우자동차연구소에서 한·영 공동연구진이 제작해 지난 15일 한국으로 옮겨온 것으로 다음달 열리는 서울모터쇼에 출품될 예정이다.

○…이어 여왕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기업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여왕의 이 회사 방문은 최근 이 회사가 영국의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케임브리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30억원어치에 달하는 '애니모'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등 영국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여왕은 안내를 맡은 이 회사 배종광 사장에게 "사무실이 깨끗하고 좋다" "이 정도 시설이면 투자를 많이 했겠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전 과정을 둘러봤다.

애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기 위해 따라온 케임브리지 애니메이션의 밀러침 부장은 "여왕이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을 갖고 하도 많은 질문을 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오후 한국 여성교육의 산실인 이화여대를 방문했다.이날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이화여대 약학대 인삼실험실에 도착한 엘리자베스여왕은 약학과 이상국 교수의 소개로 실험실을 둘러보고, 인삼의 효능에 대해 질문을 하는 등 인삼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험실에 하나씩 펼쳐놓은 각종 제품들을 신기한 듯 한동안 바라보며 효능을 물어보았으며, 특히 실험실 입구에 걸린 커다란 인삼사진을 한동안 바라본 뒤 이 교수가 인삼 자체가 뿌리이며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오후 4시50분쯤 인사동의 전통문화거리에 도착, 고건(高建) 서울시장과 정흥진 종로구청장 등의 영접을 받으며 40여분동안 명신당필방과 도자점인 박영숙요(窯), 한복점 꼬세르 등 3군데에 들러 한국문화의 진수를 둘러봤다.

통역관을 대동하고 서예점에 들어간 여왕은 주인 이시규(李始珪)씨의 안내로 필방내부를 둘러본 다음 붓과 먹 쓰는 법 등에 대해 물었다.

여왕은 또 주인 이씨가 가로 세로 각각 3㎝ 크기의 낙관석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올빼미를 새겨주자 직접 '엘리자베스'를 영문으로 사인해주는 정성까지 보였다.

여왕은 박영숙요에서 10여분간 머무르면서 조선왕실의 백자를 재현한 모습을 보고는 "대영박물관의 콜렉션에 전시돼 있는 박씨의 백자를 미리 보고 왔지만 역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인사동의 마지막 코스인 한복점 꼬세르에 도착한 여왕은 가게에 진열된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을 일일이 살펴본뒤 "한국 한복의 옷감이 무척 예쁘다"면서 "한국여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내외가 이날 저녁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를 위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베푼 국빈만찬은 시종 우의가 넘쳐흘렀다.

이날 만찬은 특별공연 관람을 포함, 당초 오후 7시30부터 10시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이 10분정도 늦게 도착한데다 만찬도중 김대통령과 엘리자베스여왕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바람에 당초 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10시45분쯤 끝났으며, 만찬내내 웃음과 덕담이 끊이지 않았다.

김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은 김 대통령의 감옥생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등 독서 경험, 영국의 경제위기 극복 등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박선숙(朴仙淑) 청와대부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국은 여왕 폐하와 필립 공 두분께 '영원한 친구의 나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디에서나 받은 환영의 따뜻함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돌아가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은 또 한·영간 과거와 현재의 인연을 찾아 미래의 협력을 다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특히 한·영 기업체간 경제협력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등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가운데 영국경제에 대한 세일즈외교의 모습도 보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국빈방한을 기념해 여왕의 이름을 딴 장학금이 한국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0일 청와대 국빈만찬에서 "미래의 한국지도자들이 영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지원할 장학금을 수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문화원측은 엘리자베스 2세 장학금의 수혜대상자는 대학과 대학원생 3명이 될 것이며, 22일 문화원에서 여왕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함께 한국방문 3일째를 맞는 부군 필립공은 21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과 서산 현대우주항공, 아산 해군기지를 잇따라 돌아본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안동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필립공은 이날 오후 헬기편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토목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공항 건설현장을 찾아 홍보관에서 첨단영상물과 공항시설 축소모형물을 통해 21세기 신공항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필립공은 터미널 전망대에서 인천국제공항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의 4개 회사 대표들과 만나 환담을 나눌 예정이다.

1시간 20분간의 공항건설현장 방문을 마친뒤 필립공은 다시 헬기로 충남 서산시 성연면 평리 현대우주항공 서산공장에 도착, 정몽구(鄭夢九) 현대그룹 회장과 김동진(金東晋) 현대우주항공 사장의 소개로 공장내부를 시찰한다.

필립공이 현대우주항공 서산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현대가 이 공장을 건립하면서 영국 기업체와 기술협력을 많이 한 데다 항공산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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