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구 모 중학교 3학년 12반 교실. 갑자기 '와'하는 박수와 함께 일제히 환호가 터져나왔다.
"어제 엄마가 여동생을 낳았다"는 고백(?)조 자랑에 그 반 친구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를 질러댔던 것이다.
"친구에게 '아기 여동생'이 생겼다니 즐겁습니다"
"여동생이라니 너무 귀여울 것 같습니다"
"저도 혼자여서 늘 외로웠는데 친구에게 동생이 생겼다니 좋습니다. 그것도 여동생이라니 더 좋아요"
이제 16세. 모두들 한창 여드름이 숭숭나고 사춘기를 앓고 있는 남중생들이 친구 엄마의 '뒤늦은' 딸출산 소식에 다함께 축하를 보낸 것이다. 종전 같으면 엄마의 출산소식이 부끄러워 입도 못떼던 사춘기 중학생들의 반응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얼마전 둘째애를 낳은 주부 손화연(33)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호탁(12)군으로부터 "우리반 선생님이 임신 4개월인데 반친구들이랑 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신나게 자랑하는 소리를 들었다.
임신사실은 담임선생님이 개구쟁이 학생들의 협조를 구하려고 며칠전 공표를 했기 때문에 알려졌다.
"며칠전 우방랜드에 견학을 갔던 아들 반 친구들이 선생님을 많이 놀라게 했나봐요. 그래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협조를 구하려고 임신 사실을 알리고 너무 놀라게하면 안된다고 그랬나봐요"
손씨는 "선생님의 비밀을 알게된 아들반 친구들이 폭죽도 사고, 눈도 사고, 음료수도 사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될 사실을 축하한 것 같다"고 말한다. 담임 여교사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아이들은 "선생님이 힘들지 않도록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애기에게 신발을 사주어야지"등 갖가지 반응을 보이며 굉장히 좋아했다.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 조현선 진로교육부장은 "남고생 가운데 여선생님의 임신·출산 소식을 듣고 낄낄 대거나 이상하게 몸을 꼬는 일이 없지 않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가까운 선생님이나 친구어머니의 임신·출산 소식을 듣고 손뼉을 치고, 행동을 조심해야되겠다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교실내 성(性)개념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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