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서울행에 소방용 헬기

본래 좋지 않은 일일수록 한꺼번에 밀어 닥친다고 해서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다.

미화12만달러를 도둑맞은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놓고 한바탕 나라를 들었다 놓았던 유종근(柳鍾根)전북도지사가 이번엔 전북도청소유 소방용 헬리콥터를 무시로 이용했다고 해서 입초사에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장기간 대학교수생활을 했던 유지사의 입장에서 보면 실로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화(禍)에 넌더리를 낼는지 모르지만 공인의 명색이 불분명한 처신은 후세대들의 민주시민 소양교육을 위해서도 한번 짚어보는 것이 해롭지 않을 성 싶다.

유지사가 사용한 헬기의 운행일지에는 98년 한해동안 소방용 목적 아닌 '도정업무 지원' 명목의 사용횟수가 최소16회로 모 야당의원이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백보를 양보해 '도정업무 지원용' 16회라 해도 김제(金堤) 등 관내지역은 고작 2회, 나머지는 12회가 서울, 경주(慶州)도 2회나 된다. 여러가지로 여건이 비슷한 경북도에도 소방용 헬기가 있지만 '항공기의 운항에는 소방본부장의 사전 운항승인'을 엄격히 구하고 있다.

게다가 10인승 헬기의 경우, 전주(全州)-서울간 왕복비용이 850만원이라니 배포작은 서민으로선 헬기의 꼬리만 봐도 지갑속에 든 알량한 돈부터 먼저 셈해봐야 할 지경이다.

도대체 재정자립도가 30%에 불과한 전북도(全北道)의 도백이 행할 수 있는 일인지 입이 벌어질 일이다.

도의 관계자는 '지사가 공적 업무에 시간상 도저히 불가능할 경우…'로 설명했지만 타 시·도지사들은 놀고 먹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무슨 수로 납득을 하겠는가.

유지사의 실물(失物)을 계기로 밝혀진 64평짜리 서울사택도 헬기사용과 다른 범주가 아닌성 싶다. 유지사는 눈높이를 도민에 맞춘 게 아니라 미국시절의 뉴저지주 경제자문관에 두고 있는건 아닌지 모를 일. 일전, 행자부장관이 소방용헬기 행차후 미진했지만 사과를 했다. 그로서는 새겨 볼 일이 아닌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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