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서·자습지도·시험감독…'도우미'역할 톡톡

'학부모 도우미를 아십니까'학부모를 직접 교육활동에 참여시켜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주는 학교가 늘고 있다. 종전에는 등·하교길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교사를 보조하는 역할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치맛바람'으로 지레 짐작하면 곤란하다는게 학교 관계자와 참여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대표적인 학교는 중리여중. 학부모들이 독서, 청소, 예절 등 학습과 관련된 상당부분의 활동을 도와주는 '학습도우미'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학생들의 청소를 도와주고 독서지도, 명상의 시간 분위기 조성, 생활영어 청취 돕기 등 담임교사가 올 때까지 학급의 아침시간을 책임진다.

도우미는 모두 32명. 선정하는 데는 성적이나 가정형편 등을 일체 반영하지 않았다고 학교측은 설명한다. 학부모회 임원진들은 아예 배제됐다. 오히려 결석이나 지각이 잦은 학생, 문제학생 등의 학부모 참여를 더 권했다는 것. 31개 학급을 1명씩 맡되 딸이 있는 학급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운영한다.

황종태교장은 "지난해 처음 시작할 때 오해도 적잖이 샀으나 활동이 계속되자 학부모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학생과 교사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학습분위기가 좋아지는 등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도우미로 활동한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갈수록 선생님, 학생들과 하나가 되는 기분이어서 자녀지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도우미 32명은 간단한 교육을 거쳐 오는 26일부터 본격활동에 들어간다. 학교측은 학부모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별도의 교실까지 만들었고 조만간 명예교사로 위촉할 계획이다. 학부모들도 옅은 화장에 평상복 차림으로 학교에 나와 꼭같은 제복상의를 입는 등 학생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산중과 동도여중은 '시험감독 도우미'제를 시행한다. 중간·기말시험 때 1일 명예교사로 위촉, 시험감독을 맡길 예정. 지산중의 경우 90명, 동도여중은 58명의 학부모를 도우미로 선정할 방침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시험감독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더 엄격히 막는 것은 물론 시험분위기도 훨씬 안정된다는게 학교측 설명. 학부모들도 학생들이 가장 긴장되고 힘든 시간을 직접 지켜봄으로써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이해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험감독 도우미를 3년째 시행하는 지산중은 학부모들의 호응이 의외로 높아 올해는 도우미 외에 학부모 가운데 성적관리위원도 1명 선정, 시험출제에서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참관시키기로 했다. 지산중 조미자교감은 "실제 시험감독을 들어가 본 학부모들이 시험의 공정성은 물론 교사와 학생의 고단함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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