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사회부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중학생이 수업중에 교사를 때려 교실이 온통 아수라장이 됐다"는 한 학부모의 제보였다. 선선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 수차례 되물었지만 "그 장면을 본 우리 아이가 큰 상처를 받은 것 같다"고 못을 박았다.
22일 아침 학교로 확인 전화를 했다. 교장은 사건 발생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교육청에 보고하러 가야 하니 말할 시간이 없다"며 급히 끊었다. 교감도 "교육청의 지시를 받아야 말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학교로 찾아간 기자에게도 마찬가지. 뒤늦게 조사에 들어간 경찰과는 한바탕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23일 오전 대구시 교육청은 중·고 교감회의를 소집, 학생 생활지도 대책을 모색했다. 제시된 방안은 문제학생을 조기에 파악, 담임교사가 적극 지도에 나서고 문제가 있으면 가정과 연계해 사전에 탈선을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국민의 정부 들어 줄기차게 추진돼온 교육개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조그마한 사건이라도 생기면 가능한 덮어버리려 하고 어쩌다 알려지면 상부기관에 처리를 의존하는 학교,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사건의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상부기관의 구태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 속에서 정작 교육의 주인공인 교사와 학생이 모든 상황의 수용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교사들은 "담임교사가 생활지도를 철저히 하라는 식의 대응책은 학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이라며 냉소한다.
사건 발생 당일 이 학교 교무회의에서는 "정확하게 사실을 공개하고 무엇이 잘못돼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밝히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무시됐다고 한다. 사건 발생 직후 "어디 가서도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던 학생들은 이튿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자 사건을 저지른 이군을 영웅시하는 현상이 나타나 기가 막혔다고 한 교사는 전했다.
병(病)은 자랑해야 빨리 치료할 수 있다. 교육개혁 과정에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하고 있다. 상처를 숨기기만 한다면 거듭나기는 커녕 치유 불능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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