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늦더라도 원칙대응을

정부가 22일 긴급 노동관계장관회의에서 도출해 낸 결론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서울지하철 파업노조원들에 대해 전원 면직조치를 포함한 초강경하기는 하나 원칙을 지키는 대응이다.

정부가 이날 "불법행위는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은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모처럼 보게 된 확고한 의지란 점에서 다행스런 느낌을 갖게한다. 더욱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거의 잘못된 노정(勞政)관행을 벗고 법질서에 의한 새로운 노사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는 가뜩이나 어려운 생계속에서 당면 파업사태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위로가 됐다고 본다.

본란은 차제에 정부의 원칙대응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세계의 유수한 나라 정부들이 노조와의 대응에서 원칙없이 일시적인 봉합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없다.

일시적인 안정은 산업현장에서의 '위장평화'일뿐, 결코 근치(根治)를 위한 방책이 아니었음은 수년전부터 겪어왔던 우리의 경험이 잘 얘기해준다. 만약 없는듯 넘어갈 경우에는 또 한번 노동계의 압력에 굴복한 사례가 되고 이는 구조조정 자체의 포기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으로 파생된 거대한 실업자를 설득할 명분은 어디서 찾게되며 구두선처럼 외친 정부의 개혁의지가 설 바탕은 또 어디서 찾을지 의문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파업이 날을 더할수록 시민들의 피해는 형언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단축운행에 따른 불편도 적지 않지만 22일 낮 당산역에서 수백명을 태운 전동차가 정차선을 벗어나 철제 칸막이를 들이은 사고는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를 보는 정부의 시각에 있다. 파업을 한시 바삐 종식시키기 위해 법도, 원칙도 버려둔채 '위장평화'의 보자기로 또 다시 현장을 덮는 일에만 급급할 경우, 이른바 '21세기형 노사관계' 정립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바로 이같은 사고사례들로 노조관계자들에게 밀도있는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원칙있는 설득이라면 국민들도 감내할 것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피해의 제1선에 있는 사람들은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차제에 우리는 이미 '제5부'로 성장, 건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역할에도 기대하고자 한다.

부산지하철이 노사간 철야협상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중재단의 중재에 따라 22일 새벽4시로 예정됐던 전면파업이 일단 유보된 사례를 주시한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도 19일부터 '공공연맹 총파업투쟁 사수를 위한 비상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일련의 파업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한 정부, 노조, 시민단체 모두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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