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탐구의 '요람'인 대학교 도서관. 그러나 학교 교육, 연구의 심장이어야 할 대학 도서관들이 대학생들의 취업준비와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방'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특히 IMF 이후 극심해진 취업난에다 학부제 시행으로 대학 도서관의 공부방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1일 낮 경북대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윤혜식(22·전자공학 4년)씨는 대학 도서관의 현주소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도서관에 나오는 학생의 70% 이상이 토익 등 취업공부에 매달리고 있어요. 더욱이 갓 입학한 99학번 후배들이 도서관에서 토익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신입생이면 보고 싶은 책도 읽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취업 압박감에 눌려 '꽃망울도 맺지 못한다'는 게 윤씨의 지적.
윤씨는 또 "학부제 시행으로 1학년부터 학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특히 학점이 상대평가로 주어짐에 따라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도서관에 나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이 취업 및 학점을 따기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는데 대해 신입생들은 불가피한 흐름이란 입장. 경북대 경영학부 1년 최성호(20)씨. "신입생인데도 벌써부터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받아요.
또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들어가려면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요" 신입생의 20∼30% 정도가 토익을 공부한다는 게 최씨의 귀띔.
"대학 신입생이지만 고3 수험생과 다를 바 없다"는 최씨는 "졸업후 취업이 되지 않아 괴로워하는 것보단 1학년 때부터 영어, 컴퓨터 등 취업준비를 착실히 해 직장을 구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게 대다수 신입생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학생들이 취업 및 학점을 따기 위해 '혈안'이다 보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영남대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이상헌(27·사회학 4년)씨는 "새벽 4시 이전부터 도서관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선다"며 "1, 2년전만 해도 밤 9시가 넘으면 도서관에 빈자리가 많았지만 요즘은 11시에도 자리가 없다"고 했다.
이용학생 증가가 도서관의 외형적 변화라면 친구 또는 선후배간에 '정이 없어졌다'는 것은 내면적 변화라는 게 이씨의 지적. "도서관에서 선후배나 친구끼리 눈길이 마주칠 경우 예전엔 커피나 밥을 같이 먹었지만 요즘은 서로 외면해요.
취업준비, 학점따기에 치중하다보니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남대 과학도서관 1열람실 자율위원장 김대영(26·토목공학 4년)씨는 "취업준비는 3학년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며 "신입생들은 자유도 느껴보고 읽고 싶은 책도 보는 등 대학문화 창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大現기지〉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