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 갑작스런 외채위기로 IMF 관리체제 하에 들어간 우리 나라는 국가부도위기라는 발등의 불을 끌 수 있게 해 주는 대가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노선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줄이고 자유로운 시장과 이윤동기, 그리고 경쟁을 통해 경제문제를 조정·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우리 나라는 시장을 개방하고 국가의 재정지출을 줄이며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당면한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수출이 증대되는 등 경제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국내외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와는 달리 아직도 경제회복은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으며, 실질적으로는 소수상층의 부 소유 확대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증대 등으로 전반적인 삶의 질은 이전보다 더 못해졌다.
영미와 같은 선진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처럼 낮은 복지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가에서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당연히 힘있고 능력있는 계층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소외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아직 너무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자칫 시장원리에 입각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인간적 유대감, 공동체적 삶을 파괴시킬 수 있다.
그 동안 역대 정권의 정부주도 획일적 교육정책이 현재의 우리 교육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을 고려하면서 적절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켰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교육은 당장 수술받지 않으면 소생할 수 없는 환자처럼 중병에 걸려 있는 형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 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주도하는 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시장의 원리를 교육에 도입하는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시장원리에 따른 효율성 증대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을 무시한 경쟁일변도 정책은 교육을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12일 교육부가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정책 중점 추진과제 가운데, 교직사회의 전문성 향상과 경쟁력을 갖춘 교직풍토조성을 위해 실적 중심의 인사 및 성과급제 등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과위주의 인사·보수체계 추진이 교직사회를 활성화시키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교직사회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경쟁이나 효율성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가 아니다. 성과급제와 같은 단순경쟁 위주정책은 오히려 교직사회를 반교육적 사회로 만들 수 있다.
또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교사, 학생, 교육청 심지어 전국의 초·중등학교까지 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수많은 평가제도가 평가자체를 위한 준비에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면서 평가를 위한 평가제도로 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평가결과에 따른 시장경제 논리식 예산 차등지원은 그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연구와 가르침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교육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기 보다는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의 교육이 과도한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재단되어져서는 안된다.
성장환 (대구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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