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둔 때. 외국의 한 특파원이 개막일을 전후한 1개월간, 주최도시의 평균기온.습도 등에 관한 자료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당국에 요구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시측의 대답은 '불가'. '국가기밀'이란 이유때문에 이 특파원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가기밀을 강조하다 보면 이보다 더 한 일인들 없을까. 정
부가 내달12일을 시한으로 산하 전부처.연구.투자기관을 대상으로 보안감사를 실시할 모양이다. 언론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취재활동의 제한, 위축우려 때문이다.
대체로 정부관리들이 주장하는 기밀의 현실적인 해석은 '상관 또는 상부기관에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듯 하다
. 상부보고 보다 언론에 먼저 보고되면 추궁과 책임전가가 따라오는 게 한국적인 관행이었기 때문. 문제가 생기면 '언론에 와전된 것'으로 중간결론을 내리거나 절도혐의 등으로 기자에 대한 법적대응이 뒤따르고 그후 다시 사실로 밝혀질 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언론이 매양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강조하는 것은 밀실행정에 익숙해있는 우리의 정치권력때문이다. 공개행정이 관행이 되고 있는 선진국의 여건은 제쳐두고 취재방식만 선진국제도를 따르겠다는 것은 어느 쪽을 맞추어도 귀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론의 현행 취재관행이 항상 이상적이라고 강변을 할 수만도 없음은 언론인들도 부분적으로 시인해온 터.
정부당국이 이번 주요 점검사항에 기자실 운영이나 취재실태 등 언론취재 협조 항목이 있음은 실로 우려할 일이다. 이미 사문화된 것이나 진배없는 정보청구권의 적극활용과 애매모호하고 자의적인 기밀기준을 국민의 알 권리충족차원에서 과감하게 완화하는 등 선행조치가 필요하다.
알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 차원. 자칫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게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지는 않을는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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