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연금 소득신고 성적표

국민연금 소득신고 성적표가 나왔다.

국민연금 신규가입자들의 하향소득신고 추세와 납부예외자의 과다로 인해 국민연금 재정이 부실해질 뿐만 아니라 성실신고자들의 불이익도 이만저만 아닐 것으로 보여 알맹이 없는 '반쪽 연금', '쭉정이 연금'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게 됐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종의 소득신고액이 국민 정서에 훨씬 못미친 것으로 지적됨에 따라 당초 사회통합,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연금의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신규가입자들의 평균소득신고액을 113만5천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74.2%인 84만2천원에 그쳤다. 이는 신고권장소득 평균액(141만9천원)의 59.3%, 사업장가입자 평균액(144만원)의 58.5%에 불과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23일 발표한 '소득신고상황 분석·평가자료'를 통해 자영자 소득파악률이 20%밖에 되지 않는 국세청 과세자료를 들이밀며 "가입자들이 대체로 성실하게 자신의 소득액을 신고했다"고 강변했다.

신규가입자들의 하향 신고소득은 당장 내년 4월부터 연금을 지급받는 신규 수급자 4만~5만명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액수보다 13% 낮은 금액을 평생동안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하향신고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이들 뿐 아니라 앞으로10~20년동안 신규 연금수급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낮은 연금을 받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이들 신규수급자 대부분이 '유리지갑' 체계에서 고스란히 보험료를 납부해온 기존 직장가입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억울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기변동 상황과 소득 상향신고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변수가 현행 연금수급 체계에는 전혀설계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들은 영원히 잘못된 연금제도로 인한 희생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

또한 의사, 변호사, 회계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5개 고소득 전문직종의 8~25%가 사업장가입자의 평균소득신고액(144만원)보다 낮춰 신고한 것은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역할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난으로 인해 발생한 실직자 수를 감안한다 해도 481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납부예외자는 향후 국민연금 운용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당초 1천14만명이 가입하게 돼 전국민연금 시대가 열렸다는 정부의공언도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 납부예외자가 양산되면서 전국민연금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물론이다.

복지부는 소득신고자의 보험료 등급조정, 소득파악방법의 개발, 미신고자에 대한 보험료 신고유도,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사업장가입자 편입검토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한번 엉클어진 국민연금의 난맥상을 바로잡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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