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래식-팝 영역없는 '뉴 클래식'열기

TV 드라마 '청춘의 덫'을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만큼 인기를 모은 테마곡, '남 몰래 흘린 눈물(Secret Tear)'을 기억할 것이다. 뮤지컬 가수 레베카 루커가 소프라노의 영역에 도전,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대표적인 아리아를 윤기있게 소화해낸 것이다. 이 노래는 과연 클래식일까, 팝일까?

모던 재즈계의 최고 베이스 주자로 꼽히는 론 카터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 최근 CD로 녹음돼 국내에 발매됐다. A-D-G-C의 4음으로 조현된 첼로곡을 G-D-A-E의 베이스에 끼워맞춘 것으로도 모자라 그는 바흐를 '피치카토(활 대신 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것)'로 연주했다. 이 혼란스러운 음악들을 과연 어떻게 불러야할까?

레코드사 관계자들은 '그래도 클래식'이라고 우긴다. 매장 안에서도 버젓이 클래식 코너에 진열해 놓는다. 한발 양보해서 '뉴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1999년, 세기말의 클래식 음악이 새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상 기류'라고 할 만큼 '탈 클래식' 열기가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록그룹 출신 가수 애니 해슬램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만든 앨범 'Still Life'는 'G선상의 아리아'를 '팝송'으로 바꿔놨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는 '디바리아(Divaria)'라는 앨범에서 전위적인 테크노음악으로 변신했다.

국내 음악계도 마찬가지. 최근 영국에서 귀국한 가수 신해철은 테크노와 국악을 결합시켜 전위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다. 예전에 대중가수들이 몇가지 국악기를 부분적으로 '차용'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10대를 겨냥한 댄스그룹 '신화'의 새 노래 '톱(Top)'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고스란히 멜러디 라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의 클래식 음반 담당자 이인섭씨는 "'뉴 클래식'이 대형 음반사들에 의해 상업적으로 주도되고 있긴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살아남기 위한 '자기 변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발표에 따르면 1992년 전체 음반 시장의 5.8%를 점유했던 클래식 음악은 지난 97년 4.5%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탈 클래식'이라고 불릴만한 크로스오버(crossover-장르가 교차된 음악)는 지난 70년말부터 드문드문, 그러나 꾸준히 계속돼 온 음악적 시도의 결실이다. 그속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과 첼리스트 요요마,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쟁쟁한 이름도 있다. '정통파' 클래식이 더이상 대중의 관심을 붙잡지 못한다면, '뉴 클래식'이라는 세기말의 조류는 머지않아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게 될 것이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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