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25일) 최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뜨고 있는 안동을 다녀왔다. 대구의 많은 시인들이 병산서원 만대루에 모여 앉아 세미나를 열었다. 하회마을 초입의 목석원과 탈박물관을 거쳐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공연장에서 탈놀이를 관람한 뒤 하회마을을 두루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하회마을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지난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다녀간 이곳은 차량의 물결로 뒤덮였으며,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을 정도였다. 여왕 방문으로 촉발된 관광객들의 열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으며, 불과 얼마 전과도 격세지감을 갖게 했다.
##관광객넘치는 하회마을
안동에 머물던 시절 적막속을 홀로 스미듯 찾아들곤 하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품격 높고 고즈넉하던 모습이 왜곡될까 걱정되는 마음도 버릴 수 없었다. 이날 시인들의 '화두'도 우리 문화유산의 보전과 원형 회복, 관광자원화 문제에 모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조선조에 퇴계 이황과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유학의 총본산으로 떠올랐던 안동은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으로 이어지는 영남학파가 형성돼 '유교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하회마을.도산서원.봉정사.임청각 등을 포용하고 있으며, 안동댐.임하댐.길안천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다 봉화의 청량산, 영주의 소수서원, 청송의 주왕산, 의성의 고운사 등과도 연계되는 관광 요충지이다. 문화재는 국유로 등재된 것만도 50여점이며, 13개 사찰이 있고, 그 나머지는 의성 김씨, 안동 권씨, 풍산 류씨, 진성 이씨, 광산 김씨, 고성 이씨, 영천 이씨 등 각 문중의 역사와 그 숨결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잘 살기 위하여'라는 미명 아래 문화유산들을 소홀히 했다. 그 유산들은 물론 '자연'까지 훼손된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던 문화재들은 고층 아파트들로 둘러싸이고, 아름다운 숲이나 백사장들마저 '개발'에 밀려 이지러지기도 했다.
##지역문화 가꿀 전문인력 육성
우리는 이제 문화유산과 자연을 보호하는 한편 관광자원화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현대화에 밀려 표류하는 문화유산들과 훼손되는 자연을 보전하고 가꾸어야 한다. 전문인력을 강화해 지역문화의 핵을 다시 찾고 지키며, 현대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그래야만 독특한 지역 문화의 총체인 '한문화'가 세계화 시대의 우리 위상을 한층 높게 해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매력을 안겨주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자원으로도 각광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안동시는 영국 여왕 방문을 계기로 관광개발 사업을 '밀레니엄 프런티어'로 설정하고, 구 풍납초등학교 자리에 회수당을 복원하는 등 하회마을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각 문중의 대표 건축물 등을 재현한 집단시설지구를 조성하며 주변 관광지를 확대.재구성할 움직임이다. 이와 연계해서 경북도도 '조선조 유교문화권 종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는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문화권 개발 계획을 세워 이미 관련 부처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요한 과제는 원형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완할 것인가 하는 방향감각 찾기와 실천력이다. 더구나 안동지역이 '스치지' 않고 '머무는' 관광 명소가 되려면 원형 회복과 함께 도로망을 확충하고, 숙박.유락시설도 대폭 보완해야 한다.
새로운 세기는 세계화 시대이자 지방화 시대다. 지방화는 세계화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고, 세계화는 지방화를 통해서 결실을 거둬야만 한다. 지구촌의 사람들이 우리의 문화유산들을 만나러 오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관심을 모을 때 우리는 지방화와 세계화를 함께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박제화된 문화재 개방을
그러기 위해서는 박제화된 문화재들을 개방하는 데도 인색해서는 안된다. 문화적 전통이 깊은 선진국들은 문화재를 개방시켜 일반인들의 관심과 애착심 높이고, 관광자원으로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각 문중의 종가를 비롯한 유적.유물들을 잘 지키고 가꾸되 그 문도 활짝 열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동이 전통문화도시로서 뿐 아니라 관광도시로도 부상하고, 그 결과 물질적인 삶까지도 윤택하게 해주는 지름길을 열어 주게 될 것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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