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은 인간이 직립한 이래 모든 시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역사와는 다르다. 그러므로 인류학에서 역사란 '위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 역사는 어떠했을까? 인간의 삶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게 전개해나가는 미국의 인류학자 아서 니호프교수의 '사람의 역사'(푸른숲 펴냄)에서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500만년전 선사시대부터 미래까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을 중심으로, 각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치적 사건이나 전쟁등을 소재로 하기보다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도구로 이용해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 왔는지를 살핀다. 따라서 주인공은 엘리트가 아니라 각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방식을 재현해내 그 문화적 토양을 읽고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동식물의 재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부족의 작은 싸움, 유럽정복자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만남, 종교와 산업·과학의 전파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바꾼 획기적인 사건들이 주내용이다. 저자는 이 주요한 테마 12개를 징검다리 삼아 인류사의 넓은 강물을 건너는 방식을 취했다. 문헌자료나 유물에 의존하기 보다 상당 부분 과학적 추리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론을 진행시켜 나간다.
'지금으로부터 486만 4천328년 전 어느 날, 한 몸집이 작고 벌거벗은 인간이 얼룩말 시체 옆에 쭈그려앉아 있었다'로 시작되는 이 책의 서장(序章)은 약 500만년전 아프리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대한 이야기다. 언어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대를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자료와 원시사회 관찰을 통한 추론으로 개연성있는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이어 50만년전 베이징의 호모 에렉투스와 5만년전 호모 사피엔스, 약 1만년전 신석기 시대를 거쳐 기원전 3천500년경 최초의 도시문명과 16세기 정복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또 인구와 환경문제등 인류의 위기와 외계인에게 정복당하는 미래 이야기까지 내다본다.
인간은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까? 저자는 인류 진화사를 한마디로 기술진보라고 요약한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인류의 생활방식, 즉 삶의 질을 개선시킨 것은 아니라는게 그의 지적이다. 20세기 마지막 시점인 지금 인류는 전례없이 선진적인 기술을 갖고도 유래없이 대규모의 기아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니호프교수는 결론적으로 인류의 미래는 남성중심, 자민족중심, 인간중심주의등에서 벗어날때 비로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이같은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지만 미래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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