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납품배제 그늘속 지역 레미콘(2)

임명시장 시대, 대구시는 대다수 구조물 공사에서 레미콘, 철근 등 자재와 전기 등 설비공사를 본공사와 분리 발주, 지역 중소기업들을 보호해왔다.

본공사를 맡은 외지 또는 지역 대형 건설업체들이 가격 및 결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쳐준 것이다.

이 부분은 법으로도 보호되는 사항이다. 지역 중소업체들을 관급공사에 직접 참여시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문희갑 민선시장이 들어선 96년부터 대구시는 주요 공사를 잇따라 일괄 발주했다. 지하철2호선, 월드컵경기장, 안심 및 지산하수종말처리장 공사가 그것이다. 적게는 1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공사로 레미콘 등을 분리 발주 했더라면 지역 중소업체들에게 떨어지는 실익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왜 일괄 발주를 고집해왔을까. 현재로서는 설명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타 시도 사정을 보면 이러한 의아심이 더욱 분명해진다.

지하철, 월드컵, 하수종말처리장을 모두 분리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부산시는 최근 건설교통부가 일괄 발주했던 부산 지하철2호선 공사를 지역 논리를 앞세워 분리 발주로 바꾸게 했다.

연차사업으로 추진중인 1천500억원 규모의 부산 중앙하수종말처리장 공사도 분리 발주할 계획이다. 레미콘, 철근은 물론이고 상당수 자재도 분리 발주해 지역 업체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역업체의 참여보장과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소형공사를 제외하고는 분리 발주를 의무화하다시피 하고 있다.

대구와 함께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시공하고 있는 인천시, 울산시, 전주시, 서귀포시도 지역 기업 보호차원에서 레미콘, 철근 등을 분리 발주 한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내 일선 시군들도 관급공사 대부분을 분리 발주하고 있다. 지난 97년과 98년 2년동안 김천시를 비롯한 6개 시군이 관급공사를 분리발주한 액수만 1천여억원에 이른다. 98년 관급공사 분리 발주 비율은 금액기준 85%(대구는 전국 최하위인 15%)에 이르렀다. 올해 경산시에 건설되는 620억원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 공사도 레미콘, 철근, 시멘트 등 자재가 분리 발주됐다.

부산시건설본부 박문갑 토목부장은 "관급공사를 일괄발주할 경우 레미콘 등 자재가 덤핑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지양하고 있다"며 "관급공사 발주에서 지역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상식적 관행"이라고 밝혔다.

경북도 한 관계자도 "분리 발주를 하면 지역업체에 이익이 돌아가 그만큼 예산의 역외유출을 막을 수 있다"며 "대형 건설업체의 로비와 리베이트 의혹을 일으킬수 있는 일괄발주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안심 및 지산하수종말처리장 공사에서 이런 의혹이 떠돌고 있다. 입찰공고가 나기 무섭게 "모건설회사가 일괄 수주하기로 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일부 지역 레미콘, 철근 공급업체들은 하청 참여를 위해 벌써부터 시공업체에 로비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대구시가 레미콘 이외의 일부 품목에 대해 분리 발주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 품목을 공급하는 업체의 로비를 받아들여 대구시가 일괄 발주를 입맛대로 변경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대구시의 일괄 발주 방침은 누구에게도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대구시는 항간의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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