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새가 북새통을 방불케 한다. 여당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참에 아예 당의 간판까지 바꿔 달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니까.
신문에 '신장개업'이란 말까지 표제로 뽑히는 판이니 모르긴 몰라도 무언가 한바탕 뒤집기를 하긴 할 모양이다. 부총재나 사무총장을 책임자로 하는 당쇄신위원회를 설치, 당무조정과 함께 계보의 줄이나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뤄진 사무처 당직자들까지 재배치할 작정인 걸 보면 '내부수리'까지 겸할 모양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대도시의 하고 많은 유흥업소들의 업태위반이 구청 위생과에 단속돼 영업정지.내부수리중.(주인 바뀐) 신장개업의 고정순서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엔 젊은 피의 수혈론까지 보태져 벌써부터 야론여박.여론야박(野論與駁.與論野駁)이 한창이다.
서울의 한 재선거에 야당 후보가 된 모 방송인을 놓고 야당이 수혈론을, 여당은 거꾸로 검증안된 피의 '혈액검사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이 사람이 어떤 당의 총재와는 옹서간(翁壻間)이요, 집권당에는 장장 6쪽짜리 이력서를 제출한 후 당 곳곳에 인사를 다니고도 종당에는 야당으로 좌정한 일이다.
집권당의 여성부대변인이 낸 논평은 무섭고 뾰족하기가 송곳과 진배 없다. "40대의 젊은 사람이 보인 철새행각은 오히려 수십년 정치한 사람 뺨치는 격"이라고-.정치개혁을 위해 한다던 수혈의 첫 단계가 이 모양이다.
이쯤해서 국민의 정부가 구두선처럼 내세웠던 개혁중 정치분야를 한번 되짚어 본다.
우선 정치개혁입법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여권의원 스스로 자문자답할 일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은 철밥그릇들의 철옹성속에 사실상 커튼을 쳐버렸다. 공명선거를 위한 부분은?. 3.30재보선에서 선관위가 모처럼 작심한 끝에 동네 특위위원들을 위촉한 사실을 고발했다고 해서 여당으로부터 갖은 원성과 비아냥만 받았을 뿐이다.
정당제도 정비부분도 기대치는 이미 바닥에 와 있다. 이밖에 특별검사제 채택, 인사청문회 도입, 규제철폐, 관료체제의 효율성제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더구나 문제는 야당이 딴죽을 걸고 드는데 있는 것보다는 여권내에서 정치개혁작업에 제동이 먼저 걸리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이 비록 내각제 개헌문제에 기인하든 아니면 자신들의 당세 위축을 우려했든 여권으로선 결과유책(結果有責)을 면할 방법이 없다.
당초에 시작된 젊은 피 수혈론이란 것도 정치권을 향한 국민일반의 기대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당의 체질개선에 무게가 실렸음직한데 이마저 현상적으로는 '놀라운 철새행각'등등의 비난만 왔다갔다했을 뿐이다.
차제에 집권당은 급진적인 수혈론보다는 점진적인 기공론(氣孔論)(?)을 도입, 크게 숨쉬고 크게 보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어차피 수혈은 기존혈액형과 다를 경우 내부의 맹렬한 거부반응을 참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오늘을 사는 서민들은 정치권을 어떻게 볼까. 신문 방송을 통해보는 정치권 소식엔 잘 봐줘야 남의 일이요,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때면 어김없이 욕설직전까지 가는 비판일색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제 겨우 5월대란설에 진작부터 겁먹었던 가슴을 조금씩 쓸어내리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새벽길 등산로에는 이렇다 할 인연도 없는 사람이 은근한 눈빛으로 두꺼운 손을 내밀어 범상하지 않는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의 손을 무슨 수로 뿌리치랴.
4월을 이틀 남긴 28일, 대구시 본리동공원에선 4년전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참사로 꼬물꼬물했던 아들들을 한꺼번에 잃은 어버이들이 또 한차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이 좋은 계절에 어린 영혼들이 눈에 밟히는 심중이 얼마나 참담할까. 어느 싱거운 정치인이 너스레를 떨었다. "정치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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